‘현존하는 최고의 피아니스트’라는 수식이 아깝지 않은 글로벌 연주자들이 연말 국내 클래식 무대에 총출동한다. 이달에는 최고의 피아니스트로 꼽히는 러시아 출신의 예프게니 키신의 리사이틀이 예정돼 있으며, 클래식계 록스타로 꼽히는 랑랑, 바흐 전문가로 불리는 캐나다 출신 피아니스트 안젤라 휴이트 등이 연이어 무대에 오른다. 올해 국내에서는 유독 수준 높은 피아노 리사이틀이 많이 열린 가운데 연말까지 풍성한 공연이 펼쳐지면서 클래식 팬들의 호사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예프게니 키신(53)은 오는 20일 예술의전당 리사이틀로 3년 만에 한국 관객과 만난다. 2006년 처음 내한한 키신은 국내 팬들이 가장 열광하는 피아니스트 중 한 명이다. 그는 특히 17세 때헤르베르트 카라얀과 협연을 펼쳤는데 당시 ‘차이콥스키 피아노 콘체르토’ 연주로 큰 호평을 받았다.
키신은 이번 공연에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27번을 비롯해 쇼팽의 녹턴과 환상곡을 연주한다. 또한 브람스의 ‘4개의 발라드’,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소나타 2번’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키신 스타일의 완벽한 무대를 꾸밀 계획이다. 키신은 팬들의 호응에 따라 한 시간에 달하는 앙코르를 펼치기도 하고, 팬 사인회에서 남아 있는 팬들에게까지 사인을 해 주는 등 팬들에 대한 사랑이 유별난 만큼 이번 무대에 대한 팬들의 기대감도 큰 상황이다.
키신에 이어 클래식계의 ‘록스타’로 불리며 세계적인 존재감을 과시하는 피아니스트 랑랑은 이달 30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랑랑은 이번 공연에서 프랑스 작곡가인 가브리엘 포레의 서거 100주년을 맞이해 포레의 ‘파반느 올림 바단조’를 선보인다. 또한 슈만의 ‘크라이슬레리아나’와 폴란드 전통 춤곡을 바탕으로 쇼팽이 작곡한 ‘마주르카’와 ‘폴로네즈’ 등도 연주할 예정이다. 특히 최근 200년 만에 발견된 쇼팽의 미공개 왈츠를 랑랑이 앙코르에서 선보일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랑랑은 이 곡에 대해 ‘가장 쇼팽다운 곡’이라고 평한 바 있다.
내달 11일에는 예술의전당 SAC 월드스타시리즈의 일환으로 캐나다 출신의 바흐 전문가인 안젤라 휴이트(66)가 국내 무대에 선다. 10년 만에 내한 리사이틀을 여는 휴이트는 모차르트, 바흐, 헨델, 브람스로 구성된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통해 60년 간 쌓아 온 연주 실력을 팬들에게 선보인다.
경력은 짧지만 국제 무대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신예 글로벌 스타들도 12월 공연을 예고했다. 2022년 롱티보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을 하며 전 세계의 신예 피아니스트로 떠오른 일본 출신의 마사야 카메이는 12월 5일 마포아트센터에서 쇼팽의 명곡을 중심으로 리사이틀을 펼친다. 그는 쇼팽의 마주르카를 비롯해 왈츠, 폴로네이즈 환상곡까지 랑랑과 유사하지만 색다른 방식으로 쇼팽 피아니즘의 정수를 선보인다. 클래식계 관계자는 “하반기 많은 기대를 모았던 리사이틀이 연말에 몰린 만큼 올해 마지막까지 클래식 팬들에게는 행복한 시간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