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산업에서 ‘멀티 플랫폼’이 일반화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트렌드는 멀티 플랫폼과 트랜스 미디어로 흘러갈 것으로 예상합니다.”
국내 최대 규모 게임 전시회 ‘지스타 2024’가 열린 부산 벡스코를 찾은 방준혁 넷마블 의장은 게임 산업의 미래를 이 같이 전망했다. ‘멀티 플랫폼’이란 게임을 모바일, PC, 콘솔 등 여러 플랫폼에서 동시에 즐길 수 있도록 개발하는 방식이다. 모바일 게임에서 강점을 보여 온 국내 게임 업계는 이를 기반으로 PC·콘솔까지 영역을 확대하는 멀티 플랫폼 전략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17일 폐막한 지스타 2024에서 주목받은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모바일·PC·콘솔 등 다양한 기기에서 동시에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이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스마트폰의 성능이 컴퓨터 못지않게 높아지면서 모바일 게임의 대작 출시 역시 증가했다. 고성능 기기가 필요해 주로 PC·콘솔 게임 중심으로 출시돼 온 오픈월드 장르를 모바일 게임에 적용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모바일 게임이 고성능 PC·콘솔 용으로도 손색없는 수준에 이르자 더 넓은 화면에서 쾌적하게 게임을 즐기고 싶다는 이용자 수요도 크게 늘었다. 개발사 입장에서는 여러 플랫폼을 이용하면 이용자 외연을 확장하고 매출원을 다각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멀티 플랫폼 전략에 가장 적극적인 건 넷마블이다. 올해 지스타에서 출품한 ‘왕좌의 게임: 킹스로드(왕좌의 게임)’와 ‘몬길: 스타 다이브(몬길)’는 모두 모바일 기반으로 개발됐지만 PC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확장하겠다는 계획을 공식화했다. 동명의 유명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개발한 왕좌의 게임은 언리얼 엔진5를 활용한 사실적인 그래픽과 광활한 오픈월드를 반영해 PC·콘솔용 ‘트리플A(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작품)’급 게임과도 필적할 만한 작품성을 갖췄다. 넷마블은 올해 대한민국 게임대상 대상을 수상한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 또한 모바일과 PC에서 동시에 서비스하고 있다. 이 게임은 추후 콘솔 플랫폼으로도 확장할 계획이다.
넥슨은 던전앤파이터 IP를 기반으로 한 PC 게임 ‘프로젝트 오버킬’을 모바일에서도 플레이할 수 있도록 개발 중이다. ‘환세취호전 온라인’도 모바일·PC에서 동시에 할 수 있다. 크래프톤도 모바일 생존 생활 시뮬레이션 게임 ‘딩컴 투게더’를 PC·콘솔로 확장할 방침이다. 그라비티의 ‘라그나로그3’, 라이온하트스튜디오의 ‘프로젝트Q’ 등도 멀티 플랫폼 전략에 올라탄 작품들이다. 방 의장은 “요즘 나오는 게임의 30~40%는 멀티 플랫폼으로 이동한 상태”라며 “넷마블이 개발 중인 게임의 70~80%가 멀티 플랫폼 전략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고 했다.
게임 업계가 멀티 플랫폼에 주목하는 이유는 이용층과 매출원을 다각화해 게임의 성과 창출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어서다. 더 넓은 사용자 층에 접근할 수 있어 대규모 개발 예산이 투입된 게임의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이용자를 결집해 장기적인 고정 팬층을 형성하는 데도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다양한 플랫폼에서 원활하게 동작할 수 있도록 하려면 개발 기간과 자본 투입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모바일 버전으로 먼저 개발한 뒤 PC·콘솔 버전 등으로 개발하는 방식을 사용하기도 한다.
멀티 플랫폼으로 인해 접근성이 더 높아지면서 모바일 게임의 성과도 개선되고 있다. 센서타워에 따르면 국내 시장에서 모바일 게임의 3분기 다운로드 수는 전년 대비 17% 증가한 1억 3000만 건에 달했다. 같은 기간 인앱구매 수익은 전년 대비 3% 증가한 12억 4000만 달러(약 1조 7300억 원)였다. 대표적인 모바일 기반 멀티 플랫폼 게임인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는 올해 신작 게임 수익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모바일 게임 시장은 스마트폰으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캐주얼한 모바일 전용 게임과 다양한 플랫폼을 겨냥한 멀티 플랫폼 게임으로 나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