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한국 증시는 미 대선 불확실성 해소로 상승할 것이란 기대와 달리 ‘아비규환’ 장세를 연출했다. 트럼프의 정책이 수출 기업들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우려에 더해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서는면서 외국인들이 앞장서서 국내 증시를 빠져나갔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국내 증시가 단기간 급락한 만큼 이번주 기술적 반등이 가능하다는 의견과 함께 지난주 10조 원 규모 자사주 매입안을 발표한 삼성전자(005930)의 주가 추이에 주목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11일~15일) 코스피는 144.29포인트(5.63%) 하락, 15일 종가 2561.15에 거래를 마쳤다. 이 같은 주간 낙폭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주요국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이 진행되던 2022년 9월 30일(5.87%) 이후 2년 2개월 만에 가장 컸다. 6주 연속 2500대 박스권을 형성해온 지수는 급락 끝에 지난 15일 장중 2390.56을 기록, 올해 8월 5일 '블랙먼데이' 이후 처음으로 2400선을 내주기도 했다.
개인이 1조 5822억 원을 순매수하며 나홀로 ‘사자’를 외쳤으나 외국인(1조 7117억 원), 기관(819억 원) 팔아치우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특히 삼성전자가 ‘4만전자’로 내려서는 등 4년 5개월 만에 최저 수준까지 고꾸라지면서 지수 전체 하락을 주도했다. 지난 14일 코스피와 코스닥지수는도연중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코스닥 지수 역시 같은 기간 57.96포인트(7.80%) 내린 743.38에 마감했다.
미국 대선 이후 미국 증시가 계속해서 사상 최고 수준을 갈아치운 반면 한국 증시는 유독 급락하고 있다. TSMC 등 반도체 기업이 주요 산업인 대만 자취엔 지수의 주간 하락률(-3.5%)과 비교해도 코스피의 낙폭은 과도하다는 분석이다. 결국 국내 상장기업들의 경쟁력에 대한 근본적 의구심이 외부 변수를 만나 투매로 이어진 셈이다. 현재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8.2배,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81배로 역사적으로도 저점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단기간에 주식 시장의 낙폭이 과도하고 폭발했던 트럼프 트레이드(트럼프 당선인 수혜주에 베팅하는 현상)가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는 만큼 단기적으론 기술적 반등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현재 코스피는 확정 실적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지난 8월 5일 '블랙먼데이'와 2018년 10월 미중 무역분쟁 격화 당시의 0.85배 수준도 밑돌고 있다. 삼성전자가 향후 1년간 10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통해 시장의 기대를 키웠다는 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다만 코스피의 최근 낙폭 과대 외에는 중장기 상승의 근거를 찾기 힘든 현실은 추세적 반등을 쉽게 점치지 못하는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000660) 등 반도체주가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에 큰 폭으로 반등했음에도 중장기 부진한 업황 전망의 변화나 특별한 호재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이차전지 역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보조금 폐지 가능성이 커지면서 15일 LG에너지솔루션(373220)이 12%대, POSCO홀딩스(005490)가 10%대 하락하는 등 일제히 급락했다.
황준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한국 증시에 반등 모멘텀을 제공할 수 있는 대표 섹터나 대형주가 부재한 점이 금주에도 악재로 상존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주 코스피 주간 예상밴드는 2350~2500포인트가 제시됐다. 업종·종목 측면에서는 트럼프 리스크를 회피할 수 있는 업종 위주의 접근이 유효할 전망이다. 방산, 조선 등 미국 신정부 정책 수혜 관련 분야와 함께 엔터, 제약·바이오 등 실적 전망이 양호한 업종에 주목할 것을 조언했다.
이번주에는 무게감 있는 경제지표나 이벤트가 없는 가운데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20일)가 예정돼 있다. 컨센서스는 매출 329억 6000만 달러, 주당순익(EPS) 70센트다. 차세대 칩(블랙웰)의 양산이 아직 시작되지 않은 만큼 이번 분기 실적보다는 내년에 대한 전망이 주가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