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식의 경계 확장’ 기초연구 기본으로 돌아가야

이창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
내년 창의연구 신규과제 7배 확대
신진연구자 성장 발판도 추가 마련
개척연구·실패용인 시스템 구축 등
35주년 기초연구법 의의 되새겨야


‘과학, 끝없는 한계(Science, the Endless Frontier)’.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MIT) 전기공학과 교수 출신인 과학자 버니바 부시 대통령 과학자문관이 1945년 정부의 기초연구 지원 역할을 강조하며 작성한 보고서 제목이다. 기초연구는 지식의 경계를 끝없이 확장해나가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후 이 보고서는 미국 과학기술정책의 기틀이 돼 미국국립과학재단(NSF)의 설립과 기초연구에 대한 안정적 지원의 시발점이 됐다. 보고서 발표 75주년이 되는 2020년 미국 상원 의회는 ‘끝없는 프론티어(The Endless Frontier Act)’ 법안을 발의했다. 미국이 심화하는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에 대응해 과학기술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해 75년 전의 초심으로 돌아간 것은 우리에게도 의미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역대 최대인 2조 9000억 원 규모로 편성된 2025년 기초연구 지원 예산 가운데 과기정통부 소관인 2조 3000억 원 규모의 예산에 대한 기초연구 사업 시행 계획을 확정 발표했다.


기초연구 사업 시행 계획은 먼저 폭넓은 연구자가 연구 경력과 수준에 맞춰 안정적으로 연구에 매진하며 기초연구 본연의 목적인 지식의 탐색과 축적·확장에 나설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특히 초기 지식 탐색을 지원하는 ‘창의연구’의 신규 과제를 전년 대비 7배 이상 대폭 확대했다. 또 우수 연구자의 후속 연구를 안정적으로 지원하는 ‘도약연구’를 신설해 동일한 연구를 보다 꾸준하게 수행할 수 있게 했다.


둘째, 유망한 젊은 연구자가 다양한 연구 기회를 바탕으로 연구 역량을 배양하고 조기에 연구 환경을 구축할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보다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특히 기존 우수 신진 연구자 지원 과제에 더해 ‘씨앗 연구’ 과제를 신설해 이들이 우수 신진 연구자로 성장하는 발판이 되도록 했다. 이와 함께 신진 연구자에게 특별히 수요가 큰 연구 시설과 장비 구축 지원 사업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셋째 기초연구의 혁신성과 전략성을 높여 기초연구의 외연을 확대한다. 도전적 연구 풍토 조성을 위해 최초의 질문을 통해 신학문 분야 개척을 지원하는 ‘개척연구’를 신설한다. 이에 더해 국가·사회적 수요에 기반해 정부는 정책 분야를 제시하고 연구자는 자체 주도로 과제를 기획해 수행하는 ‘국가아젠다기초연구’도 새로 추진한다. 아울러 기초연구의 산실인 대학 전반의 연구 혁신을 지원하기 위해 과기정통부와 교육부가 협업해 각 대학의 강점 분야 부설 연구소를 패키지 형태로 지원하는 ‘국가연구소’ 사업도 새롭게 전개한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기초연구 혁신의 시도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한다. 연구자의 실패 용인, 아이디어 중심의 평가 등 사업의 목적과 특성에 부합하는 차별화된 평가 체계를 도입해 지속적으로 평가의 타당성과 실효성을 높여갈 계획이다. 특히 2025년도부터 재정 당국의 협조로 기초연구 사업에 대해서는 회계연도 일치 원칙의 예외를 적용해 연구의 안정성과 유연성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2025년은 대한민국이 기초연구 진흥을 위해 제정한 ‘기초연구진흥법’이 시행된 지 35주년이 되는 해다. 미국이 심화하는 기술 패권 경쟁과 신흥 기술의 부상에 대응해 75년 전의 초심을 불러온 것처럼 대한민국도 기초연구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지식의 탐색과 확장’이라는 기초연구의 기본을 다시 한 번 되새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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