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이후 미 증시는 오르고 국내 증시는 떨어지는 탈동조화 움직임이 더욱 뚜렷해진 가운데 운용사 간 상장지수펀드(ETF) 점유율 순위가 연내 뒤바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 시장에 집중한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상위 운용사와의 점유율 격차를 줄이며 순위 상승을 목전에 두고 있다.
1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15일 순자산가치 총액 기준 한투운용의 ETF 시장점유율은 7.32%로 지난해 말(4.89%) 대비 2.43%포인트 상승했다. 점유율 3위 KB자산운용과의 격차도 대폭 줄었다. 지난해 말 기준 3.14%포인트였던 두 운용사 간 점유율 격차는 지난달 한때 0.20%포인트까지 좁혀졌다.
현재 2위인 미래에셋운용도 1위 삼성자산운용과의 점유율 격차를 줄이며 바짝 따라붙고 있다. 지난해 말 3.36%포인트였던 두 운용사 간 격차는 이달 12일 기준 1.53%포인트까지 줄어들었다.
희비를 가른 건 미국주식형 ETF였다. 미래에셋운용과 한투운용은 일찍이 미국주식형 ETF 출시에 주력했다. 미국 대표 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이나 나스닥100을 추종하는 ETF는 물론 엔비디아·테슬라·애플 등 미국 거대 기술 기업(빅테크)에 투자하는 여러 상품을 내놓으며 관련 시장을 선점했다.
전략은 주효했다. 올해 미국주식형 ETF가 국내 주식형과 비교해 한참 우수한 수익률을 보이자 투자자들이 빠르게 갈아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미국 S&P500지수를 추종하는 ‘ACE 미국S&P500’의 순자산액은 지난해 말 6779억 원에서 이달 15일 종가 기준 1조 4212억 원으로 2배 넘게 증가한 반면 코스피200지수를 추종하는 ‘RISE 200’의 순자산액은 지난해 말 1조 3230억 원에서 15일 기준 1조 1067억 원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13일에는 ‘KODEX 200’이 2002년 상장 이후 22년 만에 처음으로 ‘TIGER 미국S&P500’에 주식형 ETF 순자산 1위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특히 올해 안에 3위와 4위가 뒤바뀔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차기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자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기반으로 한 정책들이 미국 증시 호황을 계속 이끌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9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빅컷(기준금리 0.50%포인트 인하) 단행 이후 상승세를 보였던 국고채 ETF가 트럼프 당선 이후 기준금리 인하 속도가 늦춰질 것이란 전망 탓에 투자 자금이 줄어 들고 있다는 점도 순위 변동에 영향을 끼칠 공산이 크다. 이에 KB운용은 순위 방어를 위해 수수료를 업계 최저 수준으로 인하하고 상품 홍보와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브랜드 가치 제고에 힘쓰고 있는 상황이다. 운용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국내 증시와 미국 증시가 대조적인 흐름을 보이며 운용사 간 격차도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금부터 미국주식형 ETF에 집중한다 해도 성과가 나타나기까지 꽤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