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를 순방 중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 페루에서 “중국과 라틴아메리카 사이에 창카이항을 출발점으로 하는 새로운 육상 회랑을 건설할 준비가 돼 있다”며 ‘경제 영토’ 확대 의지를 야심 차게 밝혔다. 이날 화상으로 참여한 창카이항 개항식에서 이같이 말한 시 주석은 “이 회랑이 페루와 라틴아메리카·카리브해 국가들에게 공동 번영과 행복의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페루 서쪽의 창카이항은 중국이 ‘일대일로(一带一路)’ 자금 약 36억 달러를 투입해 건설한 항구다. 중국은 남미와의 교역에서 핵심 역할을 할 이곳이 ‘남미의 상하이’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중국의 남미 공략 행보에 거침이 없다. 시 주석은 16일 페루 리마에서 진행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마지막 날 세션에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공세를 비판한 뒤 “모든 당사국이 발전하는 중국의 급행열차에 계속 탑승하는 것을 환영한다”며 중국 주도의 자유무역 확대 노력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시진핑의 ‘급행열차’ 발언은 ‘트럼프 2기’ 출범으로 강화될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대응책으로 읽힌다. 내년 1월 20일 취임을 앞둔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관세를 매기겠다고 공언하면서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서는 예외 없이 6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약했다.
한국을 향한 중국의 유혹도 노골화하고 있다. 시 주석은 15일 윤석열 대통령과 모처럼 정상회담을 갖고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후속 협상 가속화와 시 주석의 내년 경주 APEC 정상회의 참석 등을 약속했다. 중국은 이외에도 한국인 비자 면제, 주한 중국대사 임명 등의 ‘당근’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시진핑의 급행열차 이면에 한미 결속을 흔들려는 흑심이 깔려 있음을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된다. 굳건한 한미 동맹이 결여된 대중 협력은 외려 독이 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중국발(發) 급행열차가 줄 이익을 극대화하면서 북핵·미사일 문제 등에 대한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견인해낼 수 있도록 정교한 외교력을 발휘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