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기술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이 ‘양자컴퓨터’ 분야에서도 빠르게 성장해 특허 수에서 미국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양자기술은 신약 개발, 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며 군사 용도로도 쓰이고 있다.
18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정보 분석 업체 밸류넥스가 10월 집계한 양자컴퓨터 기업별 공개 특허를 인용해 중국 오리진퀸텀이 처음으로 1위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오리진퀸텀은 2020년 10위였으나 2021~2024년 363건의 특허를 추가해 미국 IBM(212건)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국가별로도 중국이 누적 3217건으로 2740건인 미국을 앞섰다.
공개 특허 중 가장 많은 분야는 양자컴퓨터를 제어하는 소프트웨어인 ‘양자 운영체제’이며 2위는 양자팁 관련 분야다. 오리진퀸텀의 양자컴퓨터는 초저온에서 작동하기 위한 주요 장비인 희석냉동기 역시 자체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조사기관 CB인사이트에 따르면 오리진퀸텀은 2021년과 2022년 정부계 펀드를 중심으로 총 1억 6340만 달러(약 2280억 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딜로이트토마츠그룹 양자기술 총괄인 테라베 마사노는 “유니콘(기업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비상장기업)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14차 5개년 계획(2021~2025년)에서 ‘과학기술 자립자강을 국가 발전의 전략적 버팀목으로 삼겠다’며 양자컴퓨터 발전에 집중했다. 오카모토 KPMG 파트너는 “2021년 이후 중국은 전문 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적극적인 투자를 해왔다”고 말했다. 맥킨지는 중국 정부가 내년까지 최대 150억 달러를 양자기술 연구에 투자한다고 밝혔다.
연산 능력이 뛰어난 양자컴퓨터는 신약 개발, 소재 개발 등 다양한 산업에 활용될 수 있지만 국방 기밀 등 암호 해독을 용이하게 하기 때문에 군사적 활용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이론적으로 깨뜨릴 수 없는 암호기술로 알려진 양자암호통신 분야에서는 중국의 독주가 두드러진다는 평가다. 올해 8월 기준 누적 공개 특허 수는 5544건으로 미국 806건, 일본 548건을 크게 앞질렀다. 상위 10곳 중 7곳이 중국이었다.
미국 보스턴컨설팅그룹에 따르면 양자컴퓨터는 2040년까지 4500억~8500억 달러의 경제 효과를 낼 것으로 추산된다. 닛케이는 “거대 시장과 국가 안보를 염두에 두고 벌이는 미중 주도권 다툼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