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포퓰리즘 사업 증액, 검찰·경찰은 삭감…巨野의 예산 갑질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방탄’을 위한 더불어민주당의 ‘예산 갑질’이 도를 넘고 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18일 예산안조정소위원회를 열고 677조 원에 이르는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증액·감액 심사에 들어갔다. 예산소위 의결안이 나오면 종합심사와 본회의를 거쳐 예산안이 확정되지만 벌써부터 법정 시한(12월 2일) 내 처리가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5일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1심 징역형·집행유예 판결 이후 민주당이 거대 의석을 내세워 예산 칼질을 더 노골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상임위 예비심사 과정에서 검찰과 감사원의 특수활동비 등을 전액 삭감하더니 경찰 특활비도 모두 자르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야당과 갈등을 빚었다고 마약·사이버도박 등 민생 범죄 수사까지 훼방놓겠다는 것으로 비친다. 거대 야당은 개 식용 종식이나 자살 예방, 전공의 수당 인상, 공적개발원조(ODA) 등의 사업도 정쟁으로 덧칠해 예산 삭감을 시도하고 있다. 반면 차기 대선을 노리는 이 대표의 ‘먹사니즘’ 구현을 위해 지역사랑상품권 등 포퓰리즘 선심 예산은 대폭 증액하려 하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지역구 챙기기용 담합도 여전하다. 국회 상임위가 농어민 전기료 감면, 지역 철도·도로 개통 등을 위해 정부에 요구한 내년 예산 순증액은 지난해(12조 원) 규모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윤석열 정부가 강조하는 건전 재정 기조를 무색하게 만드는 움직임이다.


헌법 54조·57조는 정부의 동의 없는 예산 증액이나 새 비목 설치를 금지하고 있다. 거대 야당은 자기 당 대표 방탄을 위해 국민 혈세인 예산을 선심 사업과 정부 겁박에 동원하는 행태를 멈춰야 한다. 서민 삶의 보루인 재정이 정쟁 도구로 전락하면 경제와 민생만 희생되고 나라 곳간은 텅 비게 된다. 재정 건전성 유지, 성장 동력 확충, 취약계층 지원 등이 예산 심사의 최우선 가치가 돼야 한다. 법정 시한 무시, 실세 정치인의 지역 사업 ‘쪽지 예산’ 등의 구태도 끝낼 때가 됐다. 이를 위해 여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이내로 관리하도록 하는 재정준칙 법제화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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