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법무부, 구글에 크롬 매각 강제 방침"…연 350조원 매출 타격 불가피

구글 검색엔진 핵심경로 크롬과 분리
크롬 美시장 점유율 61%·세계 최대
트럼프 영향력 촉각…반독점 철회 가능성도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세계 최대 검색엔진 업체인 구글이 시장 점유율 1위인 자사 웹브라우저 크롬을 강제 매각해야 할 위기에 처했다. 빅테크를 상대로 강력한 반(反)독점 규제를 펼쳐온 조 바이든 행정부가 임기 말 ‘구글 해체’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블룸버그통신은 18일(현지 시간)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법무부가 워싱턴DC 연방법원 재판부에 구글에 대한 반독점 조치로 크롬 매각을 요구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앞선 8월 법무부가 제기한 반독점 소송에서 연방법원은 구글이 검색 시장을 불법적으로 독점했다고 판결한 바 있다. 법무부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구글이 보유한 검색 데이터를 경쟁사가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광고주에게도 더 많은 통제권을 부여하는 방안이 함께 제안될 예정이다. 블룸버그는 “이번 조치는 빅테크 독점을 막기 위한 바이든 행정부의 가장 공격적인 시도”라고 평가했다.


크롬 매각이 현실화할 경우 구글은 사업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분석된다. 크롬의 전 세계 시장 점유율은 67%로 아이폰의 사파리(18%)나 마이크로소프트(MS)의 엣지(5%)와 비교해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크롬은 구글이 강력한 검색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는 핵심 경로이기도 하다. 4월 기준 구글의 전 세계 검색 시장 점유율은 91%에 달하는데 대부분이 크롬을 통해 이뤄졌다. 구글이 검색 서비스를 통해 벌어들이는 광고 수익 역시 막대하다. 구글의 3분기 광고 매출은 약 658억 달러(약 91조 5475억 원)로 전체 매출의 70% 비중을 차지했다. 올해 연간 광고 매출 전망치는 최소 2500억 달러(약 348조 원)에 달한다. 구글은 크롬을 통해 자사 인공지능(AI) 서비스인 제미니 사용도 유도하고 있다. 구글 측은 “(법무부가) 이번 재판의 법적 문제를 훨씬 뛰어넘는 급진적 의제를 밀어붙이고 있다”며 “이같은 방식은 소비자와 개발자, 더 나아가 미국의 기술 리더십에 가장 중요한 시점에 해를 끼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무부의 방침은 구글이 스마트폰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 역시 매각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선 것이라고 법무부 관계자는 전했다. 법무부는 크롬과 함께 구글의 AI 기술과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와 대해서도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구글이 AI를 통해 강화하고 있는 검색 시장 지배력을 차단하고 현재 묶음판매되는 구글 플레이모바일 앱스토어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분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검색 시장의 경쟁 여건을 개선할 수 있는 다른 방안이 나온다면 크롬 매각 여부를 다시 검토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미트 메흐타 담당 판사는 내년 8월까지 검색 시장에서 구글의 독점을 해소할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구글은 미 법무부와 온라인 광고 시장 독점 여부를 놓고도 마찰을 빚고 있다. 미 법무부는 지난해 구글이 온라인 광고 시장에서 경쟁사들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반독점법을 위반했다고 제소했으며 올해 9월 첫 재판에서 격돌했다. 법무부가 승소할 경우 구글은 광고를 관리하는 플랫폼인 구글애드매니저까지 매각해야 할 수 있다. 빅테크를 상대로 반독점 규제 고삐를 죄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는 애플·메타·아마존 등과도 반독점 소송을 진행 중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법무부는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 휴렛팩커드엔터프라이즈(HPE)의 140억 달러 규모 주니퍼네트웍스 인수건에 대해서도 제소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백악관 복귀 시 이같은 판도가 달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는 2개월 전 구글이 편향적이라며 기소하겠다고 주장했지만 최근 구글 해체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바이든 행정부의 반독점 정책 및 조치들을 철회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윌리엄 코바치치 조지워싱턴대 법학 교수는 “(최종 판결이 내려지는 내년 8월까지) 트럼프와 법무부가 원한다면 입장을 바꿀 시간을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구글은 메흐타 판사가 내년 8월 최종 판결을 하면 항소할 계획인 만큼 법정 공방은 수 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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