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장 폐업으로 인한 수강료 ‘먹튀’ 논란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전국에 10개가 넘는 지점을 가진 한 필라테스 학원에서 또 폐업에 따른 수강료 반환 시비가 불거졌다. 피해 회원들이 환불을 촉구하고 있지만 본사와 가맹점 사이의 법적 다툼으로 신속한 해결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9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이달 11일 송파구 소재의 한 필라테스 센터가 돌연 문을 닫았다. 해당 센터를 운영한 A 대표는 지난 9월 본사와 가맹 계약을 맺으며 센터를 인수했는데 운영 2개월 만에 폐업 수순을 밟았다.
A 대표는 이달 11일 “애정을 들여 운영해 봤지만, 심한 경영 적자로 인해 운영이 더 이상 불가한 상황이다"라며 “본사가 매출액 등 매장 인수 전 고지한 내용에 허위가 많아 기망행위를 이유로 본사에 대한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회원들에게 폐업 사실을 전했다. 그는 “9월 이전 결제한 회원님들의 환불 관련 문의는 본사에 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해당 본사가 환불절차 대신 타 직영점 이동을 제안하면서 폐업을 통보받은 회원들은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이달 12일 본사는 피해 회원들에게 “사용하지 않은 수업 회차에 대해서 환불이 가능하나 해당 지점 대표와 본사의 소송이 끝난 뒤 환불 주체가 정해져야 한다”면서 환불 대기가 어려운 회원들에 대해서는 다른 직영점으로의 이동을 제안했다.
회원들은 소송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또 소송의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장담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당장 집과 먼 다른 지역으로 수강하러 오가기도 어려운 입장이다.
폐업한 지점에 3년째 다니고 있다는 20대 B 씨는 “애초에 직영 지점으로 알고 등록했고 가맹점으로 바뀐 사실도 알지 못했다”라면서 “업체 측에서 딱 4개 지점으로 한정해서 이동을 권하고 있는데 사는 곳이랑 멀어 환불을 원하지만 당장 받을 길이 없다”고 토로했다. 100회가 넘는 수업이 남은 회원들도 있어 피해 규모가 작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B 씨와 같은 피해 회원 41명은 단체 메신저 방을 만들고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일부 피해 회원들은 한국소비자원 피해 상담, 카드사 결제 취소 등 피해 확대를 막는 데 힘을 쏟고 있다.
A 대표는 센터를 인수하기 전 본사가 알린 내용과 인수 후의 현실이 달랐다고 주장하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그는 “월 매출이 평균 3000만 원 정도 나온다고 했고 인건비, 월세 등 나가면 최소 600~700만 원 흑자가 나는 센터로 들었다”며 “그런데 막상 들어가 운영을 1~2주 해본 후 이상해서 알아보니 1년 동안 이미 13%의 적자가 나는 센터였고 직원 급여와 월세도 달랐다”고 주장했다. 또 수강료 할인 등 이벤트를 인수 전부터 센터 측에서 진행해 온 탓에 실질적인 수입이 줄어들었지만 본사 측의 고지가 전혀 없었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에 대해 본사 측은 A 대표의 주장이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본사의 한 관계자는 “인수 이후 업장 정리, 리뉴얼 등 허드렛일까지 다 도와주고 정보 공개도 규정대로 객관적인 자료를 제시하며 해드렸다”면서 “폐업의 원인 제공이 본사에 있는 것이 아닌데 9월 이전에 등록한 회원들에 대해 본사에서 환불 하라는 것은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가맹 계약 시점에서의 기망행위 여부를 두고 본사와 가맹점이 소송전도 불사하고 있는 상황에서 애꿎은 회원들의 피해만 가중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필라테스 관련 피해 구제 신청은 지난해 1021건이었다. 2021년 662건, 2022년 804건에서 대폭 증가한 수치다. 소비자에게 휴업을 통지한 후 연락이 두절되거나 폐업으로 환급이 되지 않는 ‘처리불능’ 사건은 2021년 12건에서 지난해 69건으로 457% 급증했다.
헬스장 등 운동센터는 고액 결제가 대부분인 탓에 문제가 발생하면 잇따르는 피해 규모도 클 수밖에 없다. 피해에 대한 책임 소재를 분명하게 하기 위해 가맹 계약 단계에서도 계약 당사자 간의 명확한 정리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 피해가 발생했을 때의 책임 소재나 대응 규정 등을 가맹 계약 당시 명확히 정해야 한다”면서 “결과적으로 피해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큰돈은 수수료를 부담하더라도 카드 할부 형태로 결제 하는 등 소비자들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