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8일(현지 시간) 주요 20개국(G20) 정회의에서 러시아 대표단을 향해 북한과의 불법적 군사 협력을 즉각 중단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미국·일본·유럽연합(EU)·캐나다·호주·독일 등 우방국 정상들도 한목소리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중단을 촉구했다. 동맹국인 미국과는 군사정보를 긴밀하게 공유받고 외교 무대에서는 우방들과 러시아를 공동 압박하면서 향후 실효성 있는 제재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날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은 G20 제1세션에서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에 이어 10번째로 발언을 했다”며 “러북 군사 협력의 즉각 중단을 촉구하고 국제사회가 불법성을 함께 심각하게 인식해 러북 협력을 중단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역설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 이후 연사로 나선 우방국 정상들은 기다렸다는 듯 윤 대통령을 지원 사격했다. 11번째 발언 기회를 얻은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러시아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하는 방식으로 비판했다.
이날 1세션의 주제가 ‘사회적 포용 및 기아와 빈곤 퇴치’였던 만큼 주요 정상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식량위기가 더 악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강력히 지지한다”며 “러시아의 잔인한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역사상 가장 큰 식량위기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도 러북을 규탄했다. 김 차장은 “제2세션에서도 독일·일본 등 많은 나라들이 러북의 군사 협력을 계속 지적했다”고 밝혔다. 다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직접 러시아를 비판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라브로프 장관은 전쟁과 관련한 언급 없이 개도국 기후변화 등에 대해서만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이날 멕시코·인도네시아·튀르키예·호주 등 중견국 연합 ‘믹타(MIKTA)’ 정상과 만나 “다수의 위기와 지정학적 대립 시기에 모든 유엔 회원국들이 유엔 헌장과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채택된 결의를 포함한 유엔 결의를 지지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G20 회의에서 우방국들과 일치된 메시지를 보내는 동안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 사용을 허용하는 결정을 우리 정부에 사전 통보했다. EU와 독일에 이어 비교적 조기에 관련 내용을 확인하며 긴밀한 협력 관계를 과시한 것이다.
러시아에 대한 실효성 있는 제재에 우리도 동참할지 주목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제일 큰 것은 개인·단체에 대한 제재를 명목으로 할 것이 아니라 실효적 효과가 있도록 하자는 것”이라며 “우크라이나가 스스로 방어할 수 있는 능력을 갖도록 보충해주는 것도 필요하다. 나토와 미국,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도 이 문제를 더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19일(현지 시간)까지 이어진 G20 정상회의에서는 이날 공동 선언문을 채택했다. G20 정상들은 △국제 경제 및 정치 상황 △사회 통합과 기아·빈곤 퇴치 △지속 가능한 개발, 에너지 전환 및 기후 행동 △G20의 포용성 및 효율성 등으로 구분된 선언문을 통해 기후변화 대응, 빈곤 인구 감축, 사회 불평등 축소 등에 대한 의제에 광범위하게 합의했다. 85개 문구로 된 선언문에는 우리가 제시한 4개 주제(건전 재정, 플라스틱 감축 노력, 인공지능(AI) 사용 개발, 기후위기 대응)도 반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