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오케스트라는 많지만 시인 같은 오케스트라는 적습니다.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BRSO)은 이 두가지를 갖췄다는 점에서 특별합니다.” (사이먼 래틀 경)
6년 만에 내한 공연으로 국내 관객들을 만나는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의 상임 지휘자 사이먼 래틀 경은 19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BRSO의 강점을 시인과 같은 부드러움과 진실을 담은 따뜻함이라고 표현했다.
독일 동남부의 문화적 자부심으로 불리는 BRSO는 올해 75주년을 맞아 새 상임 지휘자로 래틀 경을 영입했다. 래틀 경은 영국이 배출한 세계적인 오케스트라 지휘자로 독일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비롯해 영국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에서 20년 넘게 활약한 거장이다. 그는 “그간 거쳐온 베를린 필하모닉과 런던 심포니와 비교해도 BRSO는 남다른 점이 있다”며 “지난 30~40년 간 전 세계 오케스트라가 많은 발전을 거쳐왔지만 시인에 해당하는 오케스트라는 적은데 바이에른이 이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래틀 경은 두 개의 독일어 단어로 BRSO를 표현했는데 하나는 ‘이니히(Innig)’로 ‘진심어린’, ‘가슴에 닿는 친밀한’ 등의 의미를 갖고 있고 다른 하나의 단어는 ‘바이(Weich)’로 부드러움, 온화함, 깊이와 인간미 등의 뜻을 담고 있다.
2018년 이후 6년 만에 내한하는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은 오는 20일과 21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한국 공연을 시작으로 일본에서 6회, 대만에서 4회 등 다음 달 5일까지 총 12회의 아시아 투어를 펼친다. BRSO는 이례적으로 조성진 피아니스트를 유일한 협연자로 내세웠다. BRSO의 철학과 부합하는 솔로이스트며 무엇보다 다양한 연주를 보여주는 데 있어서 이를 구현할 수 있는 독보적인 연주자라는 설명이다.
래틀 경은 조성진의 연주를 두고 영국 윔블던 테니스 대회의 훌륭한 경기와 같다고 언급했다. 그는 “브람스의 피아노협주곡 2번 같은 경우 피아니스트와 교향악단이 절대적으로 서로를 의지할 수밖에 없는 작품”이라며 “(피아니스트의) 서브가 너무 빠르면 (오케스트라가) 잘 받아 넘기기 힘든데 서로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공을 주고받듯이 연주하는 경지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피아니스트가 연주를 처지게 하면 남은 20마디를 어떻게 연주해서 넘기나 고민을 하기 마련인데 조성진과 할 때는 그런 고민이 없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이달 20일, 21일 이틀 간 공연을 펼치는데 첫 날 공연은 브람스 특집으로 브람스의 피아노협주곡 2번과 교향곡 2번을 연주한다. 이전 인터뷰에서도 서른이 되면 브람스를 연주하고 싶다던 조성진은 “시간이 지나면서 브람스 곡에 대해 다른 해석을 하는데 브람스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이 열정적이고 젊은 브람스를 느낄 수 있다면 2번은 따뜻하고 거대한 스케일이 있으며 오케스트라 역할이 중요한 협주곡”이라며 “며칠 전 뮌헨에서 BRSO와 연주를 했는데 곡을 마치고 진이 빠졌을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조성진은 내년 계획에 대해 “내년에도 지금처럼 열심히 준비하며 연주하겠다”며 “현대 음악을 초연할 기회가 있을 텐데 기대된다”고 말했다.
둘째 날 펼쳐지는 공연에 대해서 래틀 경은 자신감을 표했다. 그는 “브루크너의 교향곡 9번은 브루크너가 생을 마치기 전에 마무리한 곡으로 독특한 개성 갖고 있는 작품이고 베베른의 작품은 20세기 걸작 중 하나로 말러와 바그너 작품의 분재(盆栽)와도 같다”며 “이 시기가 음악적으로 매우 빠르게 성장하는 시기여서 다양한 작곡가를 소개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날 동석한 니콜라우스 폰트 BRSO 대표는 “한국의 공연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관객들의 흥분과 지식, 놀라운 집중력을 느껴 단원들이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75주년인 만큼 래틀 경과 새로운 아이디어로 다양한 기획을 준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