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노조 "건보 국고지원 미지급 8조1000억 연내 지급" 촉구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20일 성명
12조1600여억원 중 4조500여 억원 교부
건보공단 노조 이어 시민사회 비판 이어져  

의정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18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서 한 의료 관계자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대 증원 추진으로 촉발된 의정 갈등과 의료 공백 사태가 9개월을 넘긴 가운데 8조 원이 넘는 건강보험 국고지원금을 조속히 지급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0일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가 올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지급해야 하는 건강보험 국고지원금은 총 12조 1658억 원이다. 11월 현재 시점까지 총 5회에 걸쳐 교부한 금액은 4조 500억 원에 그쳤다. 총예산의 67%인 8조1158억 원이 미지급된 셈이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은 20일 성명을 내고 "국민 중심의 올바른 의료개혁이 가능하려면 건강보험에 대한 안정적인 정부 지원이 필수"라며 "정부는 2024년 건강보험 정부지원금 미지급금을 하루속히 지급하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정부가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을 주장하면서 정작 건강보험 재정위기와 왜곡된 의료전달체계의 주요 원인인 의료 공급자들의 과잉 의료를 양산하는 실손 보험 및 진료비 지불제도 개선을 외면하고 있다"며 "정부의 의료정책을 두고 의료민영화 추진과 병원 자본 퍼주기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고 비꼬았다. 의료개혁과 한국 의료체계의 근간이 되는 건강보험에 대한 정부의 입장과 태도가 스스로 앞세웠던 주장과 끊임없이 어긋나다 보니 그 의도와 방향성에 강한 의구심을 품게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민간의료 중심으로 오랜 기간 방치된 한국의 의료전달체계를 고려할 때 국민의 건강권과 보장성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전환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재정 투자는 불가피하다"며 "앞으로 예정된 의료개혁 2, 3차 실행방안 역시막대한 재정 투입이 예상되는 만큼 정부의 보건의료 예산은 보다 확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확충된 예산이 건강보험에 안정적으로 지원돼야 함은 물론, 건강보험의 항구적 지원이 가능하도록 법 개정이 완수돼야 한다는 요구사항도 내놨다.


정부는 법에 따라 해당 연도 '건강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20%'에 상당하는 금액을 14%는 일반회계(국고)에서, 6%는 담뱃세(담배부담금)로 조성한 건강증진기금에서 지원해야 한다. 하지만 보험료 예상 수입액을 적게 잡는 등 편법을 써가며 지원금을 축소해 이 비율대로 지원한 적이 한 번도 없다는 비판이 매년 일었다.


앞서 건보공단 노조는 지난 28일 성명을 통해 국고지원금의 연내 지급을 촉구하면서 "2015년부터 올해까지 10년간 건강보험 정부지원금 미달 금액은 18조 4753억원 에 달한다. 정부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연말까지 미지급 금액을 모두 교부하겠다고 하지만 재정 적자가 심각해 전액이 지급될지 걱정이 앞선다"고 지적했다.


시민사회에서는 정부가 의료대란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국민의 동의 없이 건강보험료를 과도하게 사용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노조는 "'의료개혁'에 국민이 낸 건강보험료의 막대한 금액이 투입됐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이 사태의 책임 당사자인 정부는 건보 국고지원을 이행하지 않은 채 국민에게 각자도생을 강요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정부는 올해 건강보험 재정으로 분만·소아, 중증·응급, 고난도 필수진료 분야 등에 1조2000억 원의 투자가 이뤄졌다고 자화자찬하지만 그 성과에 대한 국민 체감도는 현격한 괴리감이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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