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가 법원의 논술시험 효력정지 결정에 불복해 제기한 이의신청이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학교는 즉각 항고하겠다고 맞섰지만 다음달 13일 예정된 합격자 발표일 전까지 결과가 나올지 불투명하다. 합격자 발표가 기약 없이 밀리게 된 상황에서 법적 공방이 장기화되며 수험생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21부(부장판사 전보성)은 20일 연세대의 가처분 이의신청에 대해 “가처분결정 중 채무자의 패소 부분을 인가한다”고 판결했다. 이는 연세대가 제기한 이의신청을 기각하고 기존 결정을 유지한다는 의미다.
재판부는 이달 15일 자연계 논술시험 효력을 정지시켜 달라는 수험생들의 가처분 신청을 일부 받아들였다. 이로써 학생들이 재시험을 요구하며 제기한 본안소송의 판결이 선고될 때까지 합격자 발표 후속 절차는 일체 중단됐다. 연세대는 이날 “즉각 항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최대한 빨리 가처분 항고심 결과를 받은 뒤 후속 조치를 결정하겠다는 의도다.
앞서 연세대는 전날 열린 이의신청 심문에서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며 기존 결정을 취소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이 과정에서 “(수험생에 손해를 끼치는 건) 교육자 양심에 반하는 일”이라고 표현하는 등 수 차례 감정에 호소하기도 했다. 논술전형 선발 인원의 정시 이월 방안에 대해서도 “수험생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손해를 끼칠 수 있다”며 불가능하다고 했다. 당초 법원에 제출한 이의신청서에선 가능한 대안으로 언급했다가 돌연 입장을 바꾼 것이다.
이는 입시 스케줄이 촉박한 만큼 최대한 가처분결정 취소를 이끌어내 합격자 발표를 예정대로 진행하기 위한 의도였던 것으로 풀이된다. 가처분이 인용된 상태에선 본안소송 판결이 합격자 발표일(12월 13일) 전에 나와야 연세대가 예정대로 합격자를 내고 입시 절차를 마무리할 수 있는데, 본안소송은 가처분소송보다 절차가 복잡하기 때문에 한 달새 결론이 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의신청마저 기각되면서 연세대는 우선 법원 판단을 다시 한 번 구하기로 했지만 셈법은 매우 복잡해졌다. 항고심 결과가 당장 다음달 13일까지 나온다는 보장이 없을 뿐더러, 항고심에서도 법원이 수험생의 손을 들어줄 경우 연세대 입장에선 뾰족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연세대가 재시험에 이어 전날 법정에서 정시 이월 가능성마저 원천 봉쇄해버린 만큼 딜레마는 더욱 커졌다.
연세대 측이 별다른 대책 없이 소송을 끌어가겠다는 뜻을 밝히자 수험생들은 ‘시간끌기’라며 비난하고 있다. 수험생 측 법률대리인인 김정선 일원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이의신청 기각까지 된 시점에 연세대가 항고를 제기해 시간을 끈다면 수험생들과 우리나라 교육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교육부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미등록 충원 합격 통보 마감 시한인 12월 26일까지 연세대학교에서 입시 혼란을 방지할 대안을 마련할 것을 당부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