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한동훈 대표와 가족 명의로 윤석열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방글이 올라온 것을 두고 친한계와 친윤계의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앞서 만장일치로 특별감찰관 추천 절차를 추진하기로 하며 여권 내홍이 봉합되는 듯했으나 비방글에 대한 당무 감사 실시 여부를 두고 강하게 충돌하는 모습이다.
친한계 김종혁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20일 한 라디오에서 “익명 게시판에서 대통령이나 여사를 비판하는 게 잘못된 것이냐”며 “그런 것을 하라고 만든 게시판인데 대통령 비판 글이 있었다고 해서 당무 감사를 하겠다는 것은 기본으로 가능한 얘기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당무 감사는 당직자나 국회의원 등 당에서 지위를 가진 사람들이 문제가 있을 때 하는 것”이라며 “일반 당원들이 댓글을 달았다고 그걸 어떻게 당무 감사를 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당무 감사 실시를 주장하는 친윤계 권성동 의원을 향해 “권 의원은 혹시 (당원 게시판에) 가족이나 이런 분들이 들어가 있지 않나. 실명으로 검색하면 어떻게 될까”라며 “그것 자체가 옳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 의원은 김 최고위원의 발언에 즉각 반박했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저희 가족과 보좌진 가운데 당원 게시판에 글을 쓴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면서 “사실 여부를 판단하고 싶다면 저와 관련해 당무 감사를 해도 좋다”고 촉구했다.
친한계 핵심인 신지호 당 전략기획부총장과 친윤계 장예찬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당원 게시판’ 논란을 둘러싼 갈등을 키웠다. 신 부총장은 “명색이 국민의힘이 자유주의 정당으로 핵심적 가치가 표현의 자유”라며 “단순 비방은 범법 행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반면 장 전 최고위원은 “수사기관을 통해 밝혀지면 대한민국에 발붙이고 살기 어려울 정도로 부끄러운 일이 된다”며 “하루라도 빨리 가족이 했는지 오늘이라도 (한 대표가) 집에 가서 물어보라”고 꼬집었다.
앞서 “없는 분란을 굳이 만들어서 분열을 조장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만 밝힌 한 대표는 이날 관련 질문에 계속 침묵을 지켰다. 국민의힘은 이달 14일 의원총회에서 대통령 친인척을 감찰하는 특별감찰관 임명을 계파 간 갈등 없이 만장일치 당론으로 채택했다. 이에 여권 내홍이 봉합 수순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당원 게시판 논란이 지속돼 윤 대통령이 해외 순방에서 돌아오는 21일을 기점으로 확전 가능성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