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 징역형 선고 이후 비명계 유력 인사들이 기지개를 켜면서 민주당에 묘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연일 국회를 찾아 여의도와 접점을 넓히고 김부겸 전 국무총리와 김경수 전 경남지사도 비명계와의 회동을 예고했다.
이 대표가 사법 리스크 현실화에도 당무를 챙기며 민생 행보를 이어가지만 “낮에는 친명 행세를 하고 밤에는 동요한다”는 ‘주명야동’ 의원들이 민주당에서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이 대표가 25일 위증 교사 혐의 1심 선고에서도 의원직 상실형에 직면하면 ‘주명야동’이 확산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 지사는 20일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인 박정 민주당 의원과의 면담을 위해 국회를 찾았다. 이 대표의 1심 선고 이후 두 번째 국회 방문이다. 내년 경기도 주요 사업에 대한 국비 확보를 논의하기 위해서라지만 김 지사가 국회를 찾는 발길이 잦아지면서 본격적인 세 확장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김 지사는 이날도 ‘신 3김(김동연·김경수·김부겸)’이 회자되는 것에 대한 질문에 “엄중한 상황에서 ‘플랜B’를 얘기할 때가 아니다”라고 몸을 낮췄다. 검찰이 전날 이 대표를 ‘법인카드 사적 유용’ 혐의로 기소한 데 대해서도 “(검찰이) 야당 대표에 대해서는 샅샅이 파헤치는 먼지 털기식 수사를 하고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서는 뭉개기 수사를 하고 있다”며 윤석열 대통령에 ‘김건희 특검법’ 수용을 촉구했다. 김 지사 역시 민주당의 ‘단일대오’ 기조를 지키면서 대정부 공세에 집중한 것이다.
김 전 지사와 김 전 총리도 행동반경을 넓히고 있다. 독일 유학을 마친 뒤 귀국하려던 당초 계획을 변경하고 미국으로 이동한 김 전 지사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한미 관계와 동북아 안보 상황 등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청취할 계획이다. 외교·안보 영역으로 보폭을 넓히면서 몸값 띄우기에 나선 셈이다. 김 전 총리도 최근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한국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주제로 특별 강연을 했다. 다음 달 1일에는 비명계 전직 의원 모임인 ‘초일회’의 초청을 받아 국제 정세 등을 주제로 특강도 한다.
초일회는 김 지사와 김 전 지사를 초청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강연 정치’를 고리로 비명계 모임을 늘리려는 포석이다. 지난 전당대회에서 이 대표와 맞붙었던 김두관 전 의원도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임기 단축 개헌 촉구 1인 시위를 하는 등 존재감을 다시 내보이려 애쓰고 있다.
비명계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확산하자 이 대표도 민생 경제를 챙기며 당내 위상을 유지하려 힘쓰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주식 투자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책임지고 상법 개정안은 통과시킬 생각”이라면서 “이제는 기업인을 배임죄로 수사·처벌하는 문제를 공론화할 때가 된 것 같다”며 재계를 달랬다. 그는 윤진식 무역협회장도 만나 무역 업계의 건의 및 애로 사항을 청취했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 회의에서는 “가해 기업에 자료 제출을 강제하는 ‘한국형 디스커버리(증거 개시) 제도’를 포함해 중소기업 보호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특히 이 대표는 이날 ‘공직선거법 개정 토론회’에 보낸 축사에서 “현행 선거법은 선거운동을 지나치게 제약하기도 한다”며 선거법 개정이 불가피하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표가 선거법 위반으로 1심이지만 ‘징역형’을 선고 받은 직후여서 재판 불복 논란도 있었지만 민주당 측은 “선고 이전인 14일에 서면으로 전달된 축사”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