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슈퍼사이클이 내년에도 이어지면서 국내 조선업계의 내년 수주 물량이 500억 달러(약 70조 원)를 넘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내년에는 아시아권 선사들의 대규모 컨테이너선 발주까지 예고돼 있어 국내 업체가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과 더불어 ‘쌍끌이’ 수주가 가능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2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선 5사(HD현대중공업(329180)·HD현대삼호·HD현대미포(010620)·한화오션(042660)·삼성중공업(010140))의 올해 수주 규모는 19일 기준 339억 달러(약 47조 원)로 집계됐다. 연내 계약 체결이 가시화된 삼성중공업의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FLNG)를 비롯해 올해 말까지 추가 수주가 이어진다면 올해 국내 조선사들의 수주 금액은 400억 달러(약 56조 원)를 기록하면서 2023년 35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조선업계에서는 내년에도 국내 조선사를 향한 글로벌 선사들의 발주가 이어지면서 조선 5사의 수주 규모가 500억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해 수주 예상치인 400억 달러보다 25%나 늘어난 규모다. 특히 한화오션(122억 달러), HD현대중공업(119억 달러), 삼성중공업(118억 달러) 등 대형 조선사들의 수주 규모만도 35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분석됐다.
조선업의 수주 초호황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제기된 것은 국내 조선사들이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LNG 운반선에 대한 수요가 더욱 커질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내년 국내 조선사들이 총 88척의 LNG선을 수주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2023년 51척, 올해 추정치 55척에서 크게 늘어난 규모로 2022년 119척 이후 최대치다.
내년 LNG 운반선 수요를 끌어올리는 것은 각국에서 진행 중인 LNG 터미널 프로젝트다. LNG 수출 터미널이 늘어날수록 그에 맞춰 LNG 생산량이 증가하고 이를 운송하기 위한 LNG선에 대한 수요도 함께 확대된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2029년 완공되는 글로벌 LNG 터미널 프로젝트의 규모는 52MTPA(1MPA=연 100만 톤)로 2년 전 슈퍼 사이클을 이끈 2026년(62MTPA)에 버금가는 수준이지만 지금 조선사들의 수주 잔고에서 2029년 인도되는 LNG선은 17척으로 수요에 한참 못 미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조선업계 관계자도 “국내 조선사들은 상대적으로 선가가 낮은 2027년 인도 LNG선을 무리해서 만들지 않고 일부 슬롯을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는 2028년 물량 수주를 위해 비워두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해운동맹 재편을 앞두고 주요 선사들이 컨테이너선 발주를 공격적으로 늘리려 한다는 점 역시 국내 조선사에는 호재다. 컨테이너선은 중국의 선박 제조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한때 50%에 육박했던 한국의 시장점유율은 10%도 안 되는 수준으로 추락한 분야다.
주목할 점은 국내 조선사의 우군으로 꼽히는 선사들이 컨테이너 선단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기존 한국의 HMM, 일본의 ONE, 대만의 양밍은 같은 해운동맹 디얼라이언스에 속했던 글로벌 선복량 5위 선사 하파그로이드가 탈퇴한 뒤 선복량 확충에 나선 상태다. 최광식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일본·대만 선사가 속해 있는 프리미어 얼라이언스는 아직 신규 컨테이너선을 발주하지 않았거나 충분히 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조선업황 피크아웃(정점 뒤 하락)이 다가오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시황 분석 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이달 15일 기준 신조선가 지수는 189.13으로 9월 말 189.96까지 오른 뒤 하향세를 나타내고 있다. LNG운반선 교체 수요가 마무리 되면 다시 한번 불황 사이클이 올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