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술 넘어가는 삼쏘·치맥 많이 먹었다간…역류성식도염·통풍 부른다

[연말 모임 건강관리]
◆ 소화기건강 위협하는 안주 과식
귀가 직후 취침 역류성식도염 유발
치맥 등 고단백음식은 통풍 주원인
복통 심하다면 급성 췌장염 의심을

사진=이미지투데이


연말연시면 으레 달력과 휴대폰에 갖가지 송년회·신년회 등 회식 일정이 쌓인다. 가는 해가 아쉽다고 술잔을 기울이며 안주도 한입 두입 먹다 보면 시간이 금방 흐르고 그동안 먹은 술과 음식의 양에 놀라기가 다반사다. 흔히 회식에서 과음을 조심하지만 안주를 무심코 먹다 보면 과식할 위험도 높기에 조심해야 한다. 잠들기 전까지 소화가 잘 안 되면 역류성 식도염으로 이어지기 쉽고, 맥주에 찰떡궁합인 치킨 등 고지방·고단백 음식을 과하게 먹으면 통풍(痛風)에 걸릴 위험이 크다. 갑작스러운 복통과 함께 급성 췌장염 진단을 받기도 한다. 매사에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딱 맞는 지점이다.


술을 마신 다음날 문득 명치끝에서부터 목을 향해 치밀어 오르듯 가슴이 타는 것 같은 통증과 함께 신물이 올라온다고 느껴진다면 역류성 식도염을 의심해 봐야 한다. 역류성 식도염은 위 내용물이 식도로 역류하면서 식도 점막에 손상을 입히는 질환이다. 위와 식도 사이에 있는 하부식도괄약근이 위 기능이 약해졌을 때 느슨해지면서 위산이 역류한다. 역류성 식도염에 걸리면 가슴 쓰림, 신물을 비롯해 목의 이물감, 소화불량, 속이 울렁거리고 어지러운 느낌 등의 증상을 겪게 된다. 오랜 기간 잘 낫지 않는 만성 기침, 잦은 트림, 쉰 목소리, 구취 등을 동반하기도 한다. 이 병은 치료를 받는다 해도 호전과 악화를 거듭하기 때문에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일이 중요하다. 방치하다가는 식도 궤양, 바렛 식도, 드물지만 식도암으로도 발전할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보면 역류성 식도염 환자는 지난해 486만 1482명으로 전년대비 3만여명가량 줄었지만 그 이전까지 10여년간 계속해서 증가해 왔다. 특히 20·30대 젊은 층 환자 증가세가 높다. 전문가들은 특히 과음과 과식으로 대표할 수 있는 연말연시 회식이 치명적이라고 말한다. 안주로 많이 먹는 기름진 음식이 하부식도괄약근의 압력을 줄이기 때문이다. 식사 후에 바로 눕는 습관도 이 병에 걸리는 주된 원인 중 하나다. 김승한 고대구로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기름진 음식 섭취와 음주만으로도 위 점막이 손상되는데, 이를 제대로 소화시키지 않고 바로 취침하는 습관과 얼큰한 국물로 해장을 하는 습관은 병을 악화시킨다”고 지적했다. 그는 “술자리를 피할 수 없다면 최대한 음주량을 줄이고 기름기가 많고 자극적인 안주는 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심해야 할 또 다른 질병으로는 통풍이 꼽힌다. ‘바람만 스쳐도 아프다’, 통풍 환자들이 겪는 발작에 가까운 통증을 묘사하는 말이다. 엄지발가락, 발목, 다리 등 부위에 극심한 통증이 단시간에 엄습해서는 며칠 동안 이어진다.


통풍은 혈액 내에 녹아 있는 요산이라는 물질이 임계치를 넘어 증가하게 되면서 관절 및 관절 주위 연부조직에 쌓여 염증성 통증을 일으키는 질병이다. 통풍 환자들의 경우 요산이 관절에 쌓인 결정체가 덩어리 형태로 관찰될 정도다. 요산은 고기나 생선에 많이 들어있는 아미노산인 퓨린이 우리 몸에서 에너지로 사용되고 소변을 통해 그 찌꺼기 형태로 나오는 물질이다. 탄산음료, 맥주, 육류의 살코기, 내장류, 등 푸른 생선, 갑각류 등 퓨린이 많은 음식을 먹을수록 우리 몸의 요산 수치가 늘어나게 된다. 술자리에서 먹는 고지방·고단백 음식들이 치명적인 셈이다.


이주하 서울성모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식습관 변화, 대사증후군과 같은 과체중 인구의 증가 등이 원인으로 통풍환자가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리나라 통풍 환자 수는 2019년 46만2279명에서 지난해 53만5100명으로 15.75% 증가했으며 특히 20~40대 남성 환자가 최근 몇 년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 교수는 “평상시 적정 체중을 유지하고 요산을 많이 만드는 음식은 조금 절제하는 등 노력이 필요하다”며 “과당과 알코올은 좋지 않다”고 전했다. 통풍은 대사증후군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 적당한 체중을 유지하기 위한 운동과 식이조절이 도움을 줄 수 있다.


통풍이나 역류성 식도염에 비해서는 덜 알려진 편이지만 급성 췌장염 역시 과음과 과식을 거듭하는 연말연시 주의해야 한다. 과음이 전체 발병 원인의 30~6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된 증상은 극심한 상복부 통증으로 명치나 배꼽 주변의 상복부에서 시작해 등 쪽이나 가슴, 아랫배 쪽으로 뻗어 나간다. 통증이 시작되고 30분 이내에 계속 강도가 높아지며 호전되지 않은 때 몇 시간에서 며칠까지 지속하는 경우가 많다. 가만히 똑바로 누워 있으면 통증이 더 심해지고, 쭈그리고 앉아 있으면 조금 나아지는 양상을 보인다. 심하면 구역, 구토, 발열 등을 동반하기도 한다.


전태주 상계백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췌장은 복막 뒤 등 쪽에 있는 장기여서 똑바로 누웠을 때 통증이 심하고, 앉거나 몸을 앞으로 구부리면 통증이 완화되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병원을 찾아보는 게 좋다. 급성 췌장염의 80∼90%는 대부분 금식과 수액 등 보존적 치료만으로 나아질 수 있지만, 일부는 중증으로 악화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특히 급성 췌장염이 반복된다면 췌장암의 주된 요인인 만성 췌장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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