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의견을 보여주는 방법은 학생총회를 통해 힘을 보태는 것이라고 생각해 참석했어요.” (동덕여대 재학생 조 모 씨)
이달 11일부터 남녀공학 전환 추진에 반대하며 10일째 학교를 점거 중인 동덕여대 학생들이 재학생 전원을 대상으로 학생총회를 열며 결집하는 가운데 다른 여대들도 동시다발적으로 집회를 열고 일명 ‘반여성단체’에서는 동덕여대 앞에서 4주간 ‘맞불 집회’를 예고하는 등 사회 전반으로 갈등이 번지고 있다.
동덕여대 총학생회 ‘나란’은 20일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운동장에서 학생총회를 소집해 전체 재학생을 대상으로 ‘동덕여대 남녀공학 전환’ 안건에 대한 찬반 투표를 진행했다. 총회에는 당초 참여 의사를 밝힌 1300여 명보다 600여 명 많은 1973명(재학생 수 6564명)이 참석했다. 투표 결과 기권 2명을 제외하고 남녀공학 전환에 찬성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재학생 약 3명 중 1명이 총회에 직접 참여해 남녀공학 전환 반대에 투표하며 강한 반발 의사를 보인 셈이다.
총회가 진행되면서 설립자 동상에 계란을 투척하거나 학교 문과 벽에 래커와 전단지를 이용해 ‘명애(김명애 동덕여대 총장을 호칭)롭게 폐교하라’ ‘공학 절대 반대’를 적는 등 급진적인 방식이 동원됐던 캠퍼스도 차분한 분위기를 보였다. 동덕여대 측에서 남녀 전환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빠르게 유포되면서 일부 학생들은 이달 11일 이후 10일째 학교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여전히 대부분의 학교 건물은 출입문이 봉쇄되고 수업 기물이 파손돼 정상적인 수업 진행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남녀공학 전환 반대 등 동덕여대가 ‘쏘아올린 공’은 다른 여대에서도 분출되는 상황이다. 전날에도 서울여대 학생 약 500여 명이 서울 노원경찰서 앞에 모여 교내 성폭력 비판에 대한 명예훼손 고소 불송치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국제학부 남학생 입학을 두고 성신여대 총학생회는 릴레이 피켓 시위를 기획하고 있다. 각 집회에는 다양한 여대 학생들이 참석해 연대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일련의 여대 학생들의 집회·시위가 거세질수록 반발의 목소리도 터져 나오고 있다. 여대의 남녀공학 전환에 대한 공론화가 진행되면서 사회 곳곳에서 ‘젠더 갈등’으로 비화되는 모양새다. 반여성 단체인 신남성연대는 이날 총회가 시작되기 전 동덕여대 앞에서 ‘공학 전환 환영 및 페미니즘 규탄 집회’를 신고했으나 취소했다. 다만 신남성연대는 다음 달 14일까지 동덕여대 앞에서 집회를 열 계획이다. 이 밖에도 학생들이 점거한 캠퍼스에 무단으로 침입한 남성 3명이 체포됐고 학생들을 겨냥해 흉기 난동을 예고한 글도 올라와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동덕여대 내부에서도 시위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동덕여대 일부 재학생은 ‘동덕여대 폭력시위 반대 STEP’ 유튜브 커뮤니티를 통해 “지난주 갑작스럽게 발생한 폭력 시위로 학습권과 교내 구성원으로서의 권리가 심각하게 침해됐다”면서 수업 거부 강요와 강압적인 태도를 비판했다.
학생 최고 의결 기구인 학생총회가 남녀공학에 대해 압도적인 반대를 기록하면서 학생들의 결집력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총학생회는 21일 열리는 학교 본부 처장단 간담회에서 총회 결과를 통한 남녀공학 전환 반대 의사를 전달할 예정이다.
이날 학장단이 “지금의 집단 수업 거부와 강의실 무단 점거 및 폐쇄는 정상적인 교육 활동과 적법한 학사 행정을 방해하는 무거운 사안”이라는 목소리를 내면서 학교 측과의 갈등은 해결이 요원할 것으로 전망된다. 동덕여대 측은 학생총회 직후 “(남녀공학 전환에 대한) 찬성 의견을 표명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감안해 총학생회를 비롯한 다양한 학생들의 의견을 참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동덕여대 측은 학생들의 집단행동으로 인한 피해 규모를 24억~54억 원으로 보고 피해 사례를 수집하고 있다.
학생 측도 학교의 소통에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최현아 총학생회장은 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총장님과의 면담을 계속 요청했으나 처장단과 만나라며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향후 대학 본부가 학생들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야 학생들의 마음이 바뀔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학교 측과 학생들의 갈등이 평행선을 달리는 만큼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동덕여대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면서도 “다만 현재로서는 직접 개입하기 어렵고 별도의 조치 계획도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