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소 분야 전문가인 송한호 서울대 기계공학부 교수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내년 1월 공식 취임하더라도 청정수소, 특히 블루수소 추진 정책은 큰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블루수소는 액화천연가스(LNG)와 암모니아 등에서 수소를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포집·제거한 수소를 뜻한다. 수소는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력을 활용해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추출하는 그린수소가 궁극의 청정에너지로 분류되지만 현실적으로는 블루수소가 대안으로 꼽힌다.
송 교수는 20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20회 에너지전략포럼’ 주제강연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 수소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 “엑손모빌 같은 석유 공룡 기업들이 청정수소 사업에 뛰어들었기 때문에 이를 되돌린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여러 청정수소 중 블루수소가 가장 사업 규모가 크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되더라도 LNG를 더 많이 쓸 것이기 때문에 적어도 (LNG를 활용하는) 블루수소는 큰 정책 선회 이슈가 없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송 교수는 또 한국이 수소 공급망을 다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청정수소의 주요 수요국”이라며 “국내 청정수소 인프라 확보 및 관련 산업 활성화, 공급망 다변화를 통한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를 추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송 교수는 이어 “상대적으로 국내 청정수소 생산 여건이 열악한 게 사실”이라며 “아직 (부족한) 수소 생산자에 대한 인센티브 지급 등 직접적인 지원 체계에 대한 논의가 좀 더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센티브의 경우 각종 금융과 세제 혜택이 있을 수 있다는 게 송 교수의 판단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탄소 중립 시나리오에 따르면 2030년까지 총 수소 생산량의 45%가 청정수소로 생산돼야 한다. 그는 “우리나라는 청정수소 인증 제도 구축 및 운영, 청정수소 수요 확보 측면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면서도 “연구개발(R&D) 지원 등을 통해 청정수소 관련 산업 부문 지원이 보다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청정수소인증제 활성화도 과제다. 송 교수는 “글로벌 흐름에 맞는 청정수소인증제를 구축해나가되 우리나라의 정책 방향성과 탄소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한국적 상황에 적합한 방법론을 개발함으로써 국내외 생산자들에게 한국 정부의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며 “상대적으로 열악한 국내에서의 청정수소 생산에 대한 지원을 통해 청정수소 생산 시설 국내 유치 및 청정수소 생산 연관 사업의 활성화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그는 또 “선제적인 청정수소인증제 운영 및 안정적인 수요처 확보를 통해 국내외 청정수소 생산자들에 한국 청정수소 시장에 대한 진입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송 교수는 이날 미국과 유럽연합(EU)·일본 등 주요국의 청정수소인증제를 소개하면서 경매로 장기구매계약(10년) 및 단기판매계약(1년)을 체결해 최저 공급가격과 최고 수요 가격 간 차이를 보전해주는 독일식 차액 지원책을 설명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