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2년 12월을 끝으로 열지 않았던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다음 주에 개최한다.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두고 반도체와 2차전지·석유화학 등 핵심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 방안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대기업 구조조정이나 인수합병(M&A) 이슈가 아닌 산업 정책을 논의하기 위해 산경장을 여는 것은 이례적으로 글로벌 무역·통상 리스크에 본격적으로 대응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27일 최상목(사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산경장을 열 계획이다.
산경장은 2016년 6월 신설된 협의체로 이번 회의에서는 산업통상자원부를 비롯해 산업 정책과 관련된 주요 부처 장관들이 참석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주요 산업 영향 및 업황을 점검할 예정이다. 정부는 다음 주를 시작으로 향후 전기차와 2차전지 경쟁력 강화 방안 등 주요 산업 정책을 산경장에서 논의할 방침이다. 중국발 공급 과잉 및 글로벌 수요 감소로 부진을 겪고 있는 석화 분야의 경쟁력 강화 방안을 논의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산경장 개최는 2022년 12월 대우조선해양 정상화를 위한 전략적 투자 유치 진행 이후 처음이다. 국적 해운사인 HMM을 매각할 때도 열리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 들어 산경장이 개최된 것은 이번이 세 번째에 불과하다.
정부 안팎에서는 산경장에서 산업 정책을 논의하는 의미가 크다고 보고 있다. 그동안 산경장은 두산중공업과 아시아나항공·쌍용자동차·대우조선해양 등 경제·사회적 파급력이 큰 대기업 구조조정 및 M&A 인수가 있을 때만 주로 열렸다. 산경장에서 구조조정 이외의 안건이 다뤄진 것은 4년 8개월 전인 2020년 3월 코로나19로 인해 내수 둔화와 공급망 불안정 이슈를 다룬 게 마지막이다. 앞서 최 경제부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강조해온 정책 기조가 현실화되는 경우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며 “산업 분야는 산경장을 통해 모든 관계기관이 함께 모여 심도 있게 논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는 산업 정책을 적극 펼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세계무역기구(WTO) 체제가 붕괴하고 글로벌 자유무역 기조가 쇠퇴하고 있는데다 주요 국가들이 경쟁적으로 산업 정책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주요국의 산업 정책 수는 2018년 56개에서 2022년 1568개로 급증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우리가 주력 산업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한 업종이 몇 개 남지 않았다”며 “지금도 이미 늦었지만 산업이 더 경쟁력을 잃으면 거시 정책의 유효성도 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산업 정책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민철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도 “경제안보 시대에서 기술 및 산업의 경쟁력은 더 잘 살기 위한 문제를 넘어 생존의 문제가 됐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