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혼 소송 중인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대형 법무법인(로펌) 출신 미국 변호사에게 2심에서도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검찰은 20일 서울고법 형사11-1부(부장판사 박재우 김영훈 박영주) 심리로 열린 현 모 씨의 살인 혐의 공판에서 현 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현 씨는 지난해 12월 3일 이혼 소송을 제기한 뒤 별거 중이던 아내를 아파트로 불러 주먹과 쇠 파이프 등으로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1심에서도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지난 5월 1심 재판부는 "범행 수법이 너무 잔혹하고 범행 후 정황도 매우 불량하다"며 현 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피고인의 범행 출발은 피해자에 대한 격분에서 시작되지만, 범죄 사실을 종합해 보면 진행 방법은 의도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은 우발적 범행을 주장하며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피해자 유족도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현 씨의 변호인은 "피고인은 당시 피해자를 가정유지를 위한 파트너가 아니라 가정을 깨뜨리는 공격자 지위로 인식하고 순간 자제력을 잃고 억압된 분노가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의 정신 병력이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순간적으로 과격한 행동으로 표출되는 하나의 기준이 될 수도 있다"고 변론했다. 이어 "피고인의 범행은 결코 계획적이 아니라 억눌려온 감정이 순간 폭발해서 우발적으로 저지른 것"이라며 "피고인은 범행을 시인하고,
현 씨는 이날 최후진술에서 "저는 무서웠다. 한국이 무서웠다"며 울먹였다. 현 씨는 "진실도 왜곡되고 정의도 없고 약자로서 다수에게 매도당한다"며 "우리가 외국에서 결혼한 커플이었다면 아무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저는 왕따 피해자였다"며 "여러분은 제가 권력자라고 생각하는데 정반대"라며 "제가 먼저 용서하겠다. 사랑한다"고 다소 두서없는 말을 늘어놨다.
이날 법정에서 발언 기회를 얻은 피해자의 어머니는 "현 씨는 기생충"이라며 "본인은 책임질 줄도 모르고 계획도 없이 권력에 빌붙어 그 권력이 자신의 것인 양 휘두르며 살았다"고 말했다. 이어 "현 씨는 결혼하자마자 가면을 벗고 딸을 괴롭히고 폭행했다"며 "딸은 현 씨의 아버지에게 현 씨를 정신적 치료를 받게 해달라고 수차례 건의했지만 듣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날 변론을 종결하고 다음 달 18일 오후 2시로 2심 선고기일을 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