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방카슈랑스 25%룰'을 완화 또는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가운데 비(非)금융지주 계열 생명보험사들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당국이 두려워 겉으로는 강력 반발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지만 내부적으로는 상당히 격앙된 상태다.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주도하는 보험개혁회의는 다음주 방카슈랑스 25%룰에 대한 새로운 방침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방카 25%룰은 은행이 제휴 보험사의 상품을 팔 때 한 회사 상품의 비중이 25%를 넘어선 안 된다는 규칙이다. 특정 보험사의 독과점을 막고 소형사에게도 기회를 주는 한편 소비자에게도 다양한 선택지를 주기 위한 의도다. 은행들이 같은 금융그룹에 소속한 보험사에 ‘몰아주기’를 할 가능성을 차단하는 기능도 한다.
당국이 이 룰을 완화 또는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은 올 4월 삼성화재가 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방카슈랑스 채널에서 철수하면서부터다. 삼성화재 철수로 손해보험사 중에서는 방카슈랑스 채널에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NH농협손해보험 등만이 남아 은행 입장에선 25%룰을 지키기가 어려워졌다. 이에 당국은 생보와 손보를 가리지 않고 전체 방카슈랑스에 대해 25%룰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현재 비 금융지주 계열 생보사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한 비 금융지주 계열 생보사 관계자는 “2004년 도입돼 20년 간 유지된 방카 25%룰을 갑자기 완화 또는 폐지할 경우 소비자 선택지 축소, 보험의 은행 종속 가속화, 설계사 대량 실직, 소형 보험사 경영악화 등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처럼 이들 비 금융지주 계열 보험사들은 방카 25%룰 반대 명분으로 소비자, 설계사, 중소형사 등을 들고 있지만 사실 속내는 따로 있다. 은행들이 같은 금융그룹 계열 보험사 상품을 집중해서 판매하는 몰아주기를 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예를 들어 방카 25%룰이 33%든 50%든 완화된다고 치자. 그러면 어떤 은행이든 같은 금융그룹 계열 보험사 상품을 한도가 찰 때까지 최우선으로 팔고 나서 다른 보험사 상품을 판매하지 않겠냐"면서 “이렇게 되면 보험사 간 공정 경쟁이 제한되고 소비자 선택지도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다른 관계자는 “방카 25%룰이 완화·폐지될 경우 비 금융지주 계열 보험사들이 기존 판매량을 유지하려면 은행에 유무형의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면서 “이 비용만큼 보험료가 올라가게 될 것임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이 있는 금융그룹 소속 보험사들은 당국의 결정을 지켜보겠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한편 방카슈랑스에서 팔리는 생보 상품 중 대부분은 저축보험이다. 주로 월납이 아닌 일시납 상품을 예금처럼 드는 소비자가 많다. 때문에 생보사 초회보험료 중 62.7%가 방카에서 나온다. 보험사 입장에선 큰 유동성을 일시에 확보할 수 상품이 은행에서 주로 팔리는 것이어서 방카슈랑스를 중요하게 여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