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여러 번 시승해 봤지만 정말 최고의 차라고 자신 있게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 위치한 골드스타인 하우스. 호세 무뇨스 현대자동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사장은 아이오닉9을 전 세계 최초초로 소개하며 이 같이 말했다. 현대차 첫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인 아이오닉9을 직접 수 차례 몰아보고 더 나은 상품성을 갖추도록 개선하는 등 각별한 신경을 썼다는 의미다. 무뇨스 사장은 아이오닉9 등 전기차 풀라인업을 앞세워 2030년 전기차 시장 글로벌 톱 3 지위를 확보하겠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아이오닉9 외관은 육중하면서도 날렵한 몸집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물의 저항을 최소화한 보트에서 디자인 영감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공기역학(에어로다이내믹)과 미학(에스테틱)을 결합한 ‘에어로스테틱’ 실루엣을 적용해 차량 주요 측면부와 지붕 라인을 부드러운 곡선으로 처리했다. 실제로 차량 측면을 보면 지붕 높이가 앞에서 뒤로 갈수록 완만하게 낮아지는 형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차량의 가장 큰 특징은 주행 가능 거리다. 전기차는 배터리 무게가 무거워 몸집을 키울수록 주행거리가 짧아진다는 단점을 안고 있었다. 그동안 현대차가 보급형 모델이나 세단 등을 중심으로 라인업을 꾸렸던 이유다. 하지만 아이오닉9은 110.3㎾h의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해 한 번 충전으로 최대 532㎞를 달릴 수 있다. 중간에 충전소에 갈 필요 없이 서울에서 부산까지 약 400㎞ 거리를 주행할 수 있다는 의미다. 아직 국내 인증을 마무리하지는 않았지만 경쟁 모델인 기아 EV9(최대 501㎞), 메르세데스벤츠의 EQS SUV(최대 498㎞)를 넘어서는 기록이다.
아이오닉9은 350㎾급 충전기로 24분 만에 배터리 용량 10%에서 80%까지 충전 가능한 초고속 충전 시스템을 적용했으며 충전소 도착 시점에 맞춰 배터리 온도를 제어해 소모 전력을 조절한다. 또한 배터리 충전 잔량 예측치를 반영해 길을 안내하는 기능도 탑재했다.
넉넉한 실내 공간으로 패밀리카다운 면모도 갖췄다. 전장 길이만 5m가 넘는 3열 플래그십 모델로 6인승 또는 7인승을 제공한다. 2열에서는 최대 180도 회전할 수 있는 스위블 시트를 사용할 수 있다. 2열 시트를 3열 시트와 마주 보는 형태로 조정하는 등 넓은 실내 공간을 최대한 활용 가능하다. 자녀 등을 위한 카시트를 장착하거나 제거할 때는 측면 문 쪽으로 90도만 회전하면 된다. 실내 중앙에 있는 유니버설 아일랜드 2.0 콘솔은 앞뒤로 최대 19㎝ 이동하는 방식으로 1열과 2열 승객이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미래 모빌리티인 소프트웨어중심차(SDV) 기능도 추가했다. 아이오닉9을 인도받은 고객은 향후 원하는 기능을 추가로 구매할 수 있다. 서비스센터를 방문하거나 별도 장비를 연결하지 않아도 소프트웨어 최신화로 차량 기능을 보완하거나 추가할 수 있는 것이다. 양방향 소통으로 다양한 정보를 전달하는 인공지능(AI) 어시스턴트, 차량 외부로 일반 전원을 공급하는 V2L 기능도 있다. 차량 외부 카메라를 세척하는 기능도 처음으로 장착했다.
현대차는 이번 아이오닉9으로 소형(캐스퍼, 코나 일렉트릭), 중형(아이오닉5), 대형에 이르는 전기 SUV 라인업을 완성했다. 내년 초 국내를 시작으로 미국과 유럽 등으로 아이오닉9 판매 지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아이오닉9은 전동화 전환에 대한 현대차의 변함없는 의지와 자신감을 담고 있다”며 “월등한 공간 경쟁력을 통해 고객들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전달하고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리더십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아이오닉9 등 전기차 모델을 확대하며 최대 판매처인 미국에서 성장세를 이어갈 방침이다. 올 들어 10월까지 현대차·기아의 미국 전기차 판매량은 10만 1333대로 사상 처음으로 연간 판매량 10만 대를 돌파했다.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3분기 기준 9.5%로 테슬라에 이어 2위로 올라섰다.
아이오닉9은 기아의 EV9과 함께 대형 전기차를 선호하는 현지 수요를 견인할 것으로 기대된다. 각지고 직선을 강조한 EV9과 달리 아이오닉9은 유려한 곡선 위주의 디자인으로 차별화했다. 2021년 공개된 콘셉트카 세븐 외관 디자인을 양산 모델로 90% 구현해 미래 지향적인 이미지를 더했다.
김태현 현대차 MLV프로젝트5팀 팀장은 “아이오닉9은 EV9과 비교해 좀 더 전기차스러운 느낌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EV9보다 더 큰 용량의 배터리를 탑재해 주행거리나 동력, 성능 측면에서도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호세 무뇨스 현대자동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사장이 2030년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톱 3 제조사’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내놓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전기차 지원에 부정적 입장을 유지하고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전동화 전환을 지속해 경쟁 우위를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무뇨스 사장은 20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골드스타인 하우스에서 열린 ‘아이오닉9 월드 프리미어’ 행사에 참석해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아이오닉9과 새로운 도약을 시작하려 한다”며 “한국 울산 전기차 공장과 함께 2030년까지 연간 200만 대의 전기차를 판매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15일 현대차그룹 첫 외국인 최고경영자(CEO)로 내정된 무뇨스 사장은 이날 승진 이후 첫 공식 행사에 등장해 전기차 시장에 대한 강한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우려 속에서도 기존에 제시한 2030년 전기차 판매 목표량(200만 대)을 수정하지 않았다. 연간 글로벌 판매 목표(제네시스 포함) 555만 대 중 36% 비중을 전기차로 채운다는 계획이다.
그는 “현대차는 자동차 산업에서 놀라운 성과를 냈고 전동화 리더십을 공고히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아이오닉9은 아이오닉5와 6에서 배운 모든 경험이 적용돼 있다”고 강조했다.
내년부터 CEO 임기를 시작하는 무뇨스 사장은 트럼프발(發)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근거한 전기차 보조금 폐지를 검토하는 등 정책 변화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126억 달러(약 18조 원)를 투입한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건설을 마무리하고 지난달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내년부터 이곳에서 현대차 최초 대형 전기 SUV인 아이오닉9을 생산하고 최대 7500달러의 구매 보조금을 받아 수요를 견인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인이 공언한 대로 전기차 보조금 지원이 폐지될 경우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
무뇨스 사장은 HMGMA의 하이브리드차 혼류 생산 등 대응 전략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선호도 높은 하이브리드차 생산 비중을 높여 늘어나는 시장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이다. HMGMA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등 여러 차종을 한 개 라인에서 생산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현대차는 2030년까지 전기차 모델과 하이브리드차 모델을 21개, 14개로 각각 확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