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엔 양희영…올핸 '안나린 매직' 나오나

◆LPGA 투어 시즌 최종전 1R
우승상금 56억 대회서 8언더 선두
상금랭킹 39위서 대역전 기대감
사이고 제친 임진희 신인상 가능성

안나린이 22일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 1라운드 18번 홀에서 퍼트 라인을 읽고 있다. AFP연합뉴스

밝은 표정의 임진희. AFP연합뉴스

2023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조금 다른 의미로 진정한 ‘위너’는 양희영이었다. 그전까지 뚜렷한 성적을 내지 못하다가 최종전에서 우승해 한 번에 200만 달러를 손에 넣었다. 116만 달러 수준이던 시즌 상금을 단숨에 316만 달러로 늘린 양희영은 상금 랭킹 2위로 행복한 시즌을 마무리했다.


올해 안나린(28·메디힐)이 ‘제2의 양희영’이 될 수 있을까. 첫 단추는 아주 잘 끼웠다. 안나린은 22일(한국 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티뷰론GC(파72)에서 열린 LPGA 투어 시즌 최종전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8언더파 64타를 몰아쳤다. 1타 차 단독 선두. 페어웨이 안착률 100%(14/14)의 안정된 티샷을 앞세워 보기 없이 전·후반에 버디 4개씩을 챙겼다. 3연속 버디도 있었고 17번 홀(파5)에서는 기막힌 벙커 샷으로 마지막 버디를 잡았다. 두 번째 샷이 그린 앞의 깊은 직벽 벙커에 빠졌는데 안나린은 완벽에 가까운 탄도와 거리의 샷으로 핀에 딱 붙여 쉽게 타수를 줄였다.


안나린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2승이 있다. 데뷔 3년여 만인 2020년에 한 달 새 2승을 몰아쳤다. 2021년 LPGA 퀄리파잉(Q)시리즈에 참가했고 마지막 날 5타 차를 뒤집는 대역전으로 수석을 차지했다. LPGA 투어 생활도 3년 차 시즌이 저물어가는 시점. 안나린은 국내 투어 시절처럼 고대하던 첫 우승을 현실화하려 한다.


올해 8월 포틀랜드 클래식 공동 2위 이후 안나린은 20위 안쪽에 든 적이 없다. 세계 랭킹 76위이고 상금 랭킹은 약 84만 2000달러로 39위다. 이번 대회 총상금은 1100만 달러에 이르고 우승 상금은 여자 골프 역사상 가장 큰 400만 달러(약 56억 원). 상금 39위 안나린이 우승할 경우 상금왕도 될 수 있다.


10개 홀을 원퍼트로 마무리할 만큼 고감도 퍼트를 뽐낸 안나린은 “스피드를 특히 잘 맞췄다”며 “(우승 상금이 엄청난 대회지만) 다른 대회와 다름없다는 생각으로 하고 있다. 그저 갖고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준다는 마음뿐”이라고 담담하게 전했다.


보기 2개가 있지만 이글 1개와 버디 7개를 뽑은 에인절 인(미국)이 7언더파 2위이고 리디아 고(뉴질랜드)가 셀린 부티에(프랑스), 하타오카 나사(일본) 등과 5언더파 공동 5위다. 리디아 고는 지난해 부진으로 이 대회 출전 자격조차 얻지 못했지만 이후 극적인 반전에 성공했다. 올해 메이저 대회 1승을 포함해 시즌 3승을 거뒀고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다. LPGA 명예의 전당까지 오른 리디아 고는 이 대회 개막 기자회견에서 “몇 년 전부터 함께하고 있는 멘탈 코치가 큰 힘을 준다. 골프와 관련 없는 아주 사적인 얘기까지 털어놓는 사이”라며 “시즌 중에 얻은 강아지도 그 자체로 에너지”라고 말했다.


고진영과 최혜진이 4언더파 공동 11위이고 디펜딩 챔피언 양희영, 투어 통산 7승을 노리는 김효주도 3언더파 공동 17위로 출발이 괜찮다. 역전 신인상에 도전하는 임진희는 2언더파 공동 28위다. 신인상 포인트 1위 사이고 마오(일본)가 1오버파 공동 50위로 처져 더 해볼 만한 싸움이 됐다. 현재 둘 간의 격차는 66점. 신인상 포인트는 우승 150점, 2위 80점, 3위 75점, 4위 70점 등이다.


최소 타수상(베어트로피)에 바짝 다가선 유해란은 1언더파 공동 38위로 출발했고 같은 조의 넬리 코르다(미국)는 이븐파 공동 44위다. 코르다는 올해의 선수를 조기 확정해 수상했고 상금(약 416만 달러)도 1위를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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