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시가총위 4위 솔라나(SOL)가 22일 한때 263달러까지 치솟으며 신고가를 새로 썼다. 22일 오후 1시 48분 코인마켓캡 기준 솔라나는 전날 대비 10% 상승한 261.27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2021년 기록했던 전고점 260달러를 3년 만에 경신한 것이다. 솔라나 시총도 9% 늘어나 1230억 달러(약 172조 4952억 원)를 돌파했다. 글로벌 대기업 소니와 스타벅스 등의 시총을 능가하는 규모다. 이날 시총 순위 집계 사이트 컴퍼니즈마켓캡에 따르면 솔라나 시총은 전체 자산 가운데 132위 수준으로, 141위 소니(1147억 달러)와 144위 스타벅스(1134억 달러)를 제쳤다.
솔라나는 트럼프 당선 이후 이어지고 있는 가상자산 불장을 주도하고 있다. 솔라나 강세의 배경에는 올해 가상자산 시장 내러티브를 지배한 솔라나 기반 밈코인 열풍이 있다. 솔라나 밈코인이 시장의 주목을 받게 된 건 지난해 말 솔라나 재단이 스마트폰 ‘사가(Saga)'를 출시하면서부터다. 솔라나 재단은 사가 구매자들에게 솔라나 기반 밈코인 봉크(BONK)를 에어드롭하는 마케팅 전략을 펼치며 사가 판매량과 BONK 시세를 동시에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BONK 시세가 급등하면서 솔라나 기반의 밈코인 발행이 유행처럼 번졌다. 솔라나에서 밈코인 발행·거래를 손쉽게 할 수 있는 전용 플랫폼 ‘펌프닷펀’도 등장했다. 펌프닷펀을 필두로 솔라나 기반 탈중앙화금융(DeFi·디파이) 프로토콜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솔라나 네트워크도 활기를 띄고 있다. 블록체인 네트워크 활성화 지표인 총예치금(TVL)은 80억 달러(약 11조 2160억 원)를 돌파했다. 올해 1월 10억 달러에 불과하던 총예치금 규모가 8배 급증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솔라나가 내년까지 장기적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으로 개리 겐슬러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이 물러나며 솔라나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날 SEC가 발표한 성명에 따르면 겐슬러 위원장은 내년 1월 20일 위원장직에서 물러날 예정이다. 솔라나를 비롯한 알트코인의 증권성을 강조해온 겐슬러 위원장의 사임으로 솔라나 현물 ETF가 내년 승인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기대가 나온다.
현재 SEC에는 반에크와 21셰어즈, 비트와이즈 등의 솔라나 현물 ETF 신청서가 제출돼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반에크 디지털자산 리서치 책임자 매튜 기셀은 “SEC가 가상자산 상품을 승인할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올라갔다”며 내년 솔라나 현물 ETF 출시를 전망했다.
솔라나의 존재감이 커지면서 업계에선 이더리움(ETH)과 솔라나 간 경쟁 구도도 재조명되고 있다. ‘이더리움 킬러’를 자처하며 출시된 솔라나는 그간 이더리움 보다 빠른 거래 처리 속도와 낮은 거래 수수료를 내세우며 이더리움의 입지에 도전해왔다. 이더리움이 가상자산 강세장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점은 솔라나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가상자산 헤지펀드 아다만트 캐피털 설립자인 투르 데미스터는 “비트코인 대비 이더리움 가격의 추이는 저조하지만 이더리움 대비 솔라나 가격이 2022년 12월 이후 925% 이상 상승했다. 이더리움 시장 점유율은 2021년 4월 최저치다"라며 “이더리움이 서서히 쇠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솔라나의 온체인 활동 지표도 이더리움을 앞지르고 있다. 이날 솔라나 네트워크의 일일 거래량은 74억 달러(약 10조 3814억 원)로, 같은 기간 이더리움 네트워크 거래량의 두 배를 웃돈다.
솔라나의 급성장에 수년간 시가총액 2위 자리를 지켜온 이더리움도 경계를 늦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은 최근 솔라나를 겨냥하는 듯한 발언을 하며 경쟁 의식을 드러냈다. 지난달 15일 부테린은 자신의 엑스 계정에 “레이어1 프로젝트 설립자가 안정성·검열·탈중앙성과 같은 키워드 없이 ‘더 빠른 블록체인’만을 강조하는 것은 그가 무엇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보여주는 것"이라며 솔라나를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이에 솔라나 창시자 아나톨리 야코벤코가 나서서 “(블록체인이) 충분히 빠르다면 탈중앙화는 따라오는 것”이라고 반박하며 두 블록체인 창시자 간 신경전이 벌어졌다. 부테린은 최근 인터뷰에서도 “솔라나는 대형 기업과의 협력으로 만들어진 애플리케이션과 디핀(DePIN) 등에 치중돼 있어 이더리움에 비해 훨씬 중앙화됐다”며 솔라나의 중앙화를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