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 이사회가 올해 말 임기가 만료되는 조병규(사진) 우리은행장을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검찰과 금융 당국이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관련 특혜성 대출을 늑장 보고한 책임이 조 행장에 있다고 보고 있는 만큼 앞으로 불거질 수 있는 사법리스크를 염두한 판단으로 풀이된다. 이사회는 새로운 은행장 선정 절차에 돌입해 이달 말 최종 후보를 선정할 예정이다. 검찰은 손 전 회장에 대해 특경법상 배임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영장 실질심사는 이달 26일 이뤄질 예정이다.
22일 우리금융 이사회는 조 행장의 연임이 불가하다고 판단하고 차기 은행장 후보군에 대한 면접 절차를 개시했다. 이사회는 후보군에 대한 롱리스트나 쇼트리스트를 공개하지 않고 이달 말 최종 후보를 선정할 방침이다.
우리금융 이사회는 임종룡 회장과 7명의 사외이사로 구성된다. 이들은 은행장 등 계열사 대표의 후보 선정 권한을 가진 자회사 대표이사 후보 추천위원회(자추위)의 구성원이기도 하다.
이사들은 조 행장 교체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인식을 같이 한 것으로 전해졌다. 불법 대출에 대한 검찰의 전방위적 수사가 이어지고 있고, 조 행장 역시 늑장 보고에 대한 혐의를 받아 피의자 신분이라는 점 등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 당국은 우리은행이 2020년 4월부터 올 초까지 손 전 회장의 친인척을 대상으로 350억 원 규모의 특혜성 부당 대출을 실행한 것으로 보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검찰은 이달 18일부터 20일까지 사흘 연속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고, 이 과정에서 70억 원 규모의 추가 불법 대출을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조 행장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특경법) 보고 의무 위반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분도 기존 참고인에서 피의자로 전환했다.
차기 은행장 후보로는 유도현 우리은행 경영기획그룹 부행장, 정진완 우리은행 중소기업그룹 부행장, 박장근 우리금융지주 리스크관리그룹장 겸 우리은행 리스크관리그룹 부행장 등 3인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박 부사장과 유 부행장은 상업은행, 정 부행장은 한일은행 출신이다. 조 행장이 상업은행 출신인 만큼 관행대로 한일은행 출신이 차기 은행장 선정에서 유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밖에 지난해 조 행장과 은행장 후보군에 올라 경쟁을 펼쳤던 박완식 우리카드 사장, 이석태 우리금융저축은행 대표, 강신국 우리PE자산운용 대표 등 계열사 대표도 후보군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한편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제1부는 이날 불법대출 사건과 관련해 손 전 회장에 대해 특경법상 배임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며, 이달 26일 영장실질 심사가 이뤄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