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BTC)이 10만 달러 시대를 앞두고 금을 넘어선 새로운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자산 다각화 전략으로 BTC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은 그림자 규제로 인해 투자 기회를 잃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오후 2시 30분 코인마켓캡 기준 BTC는 전일 대비 1.5% 오른 9만 9046달러를 기록했다. BTC가 9만 9000달러대에 진입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상승세가 이어지며 BTC는 금보다 강력한 인플레이션 방어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한 달 새 비트코인 수익률이 금을 앞지르며 금 대비 투자 매력도가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이날 골드프라이스에 따르면 최근 한 달 간 금은 2% 하락한 반면, BTC는 48% 올랐다. 글로벌 재무설계자문기업 드비어 그룹의 니겔 그린 최고경영자(CEO)는 “BTC가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이자 자산 다각화 수단으로 자리잡으며 기관의 관심이 역대 최고조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기업의 BTC 투자도 확대되고 있다. 단일 기업으로는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BTC를 보유하고 있는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최근 46억 달러어치(약 6조 4409억 원) 상당의 BTC 5만 180개를 추가 매수했다. 이로써 마이크로스트래티지가 보유하고 있는 BTC는 33만 1200개가 됐다. 이날 시세 기준 약 330억 달러(약 46조 2066억 원) 규모다. 최근 급격한 상승장에도 BTC를 매도해 시세차익을 내는 것보다, 더 매입해서 보유량을 늘리는 게 이득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전세계 시가총액 3위 기업 마이크로소프트도 BTC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다음 달 10일 열리는 연례주주총회에서 BTC 투자 안건을 올리고 투표를 진행한다. 쟁글 리서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비트코인 투자 안건이 통과되면 BTC 가격 상승과 더불어 가상자산 시장 전반에 강력한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반면 국내 기업은 해외 BTC 투자 성공 사례를 바라만 보고 있어야 하는 형편이다. 금융 당국의 그림자 규제로 국내 법인은 가상자산 투자를 위해 필요한 은행의 실명계좌를 발급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 기업은 해외 법인을 통해 우회적으로 투자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출시도 허용되지 않아 간접 투자 역시 어려운 실정이다.
이같은 비판이 쏟아지자 이달 금융위원회는 가상자산위원회를 출범하고 법인계좌 허용, ETF 승인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민세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행 규제가 한국의 가상자산 시장 성장을 저해하고 있다”면서 글로벌 흐름에 맞는 제도가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