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서방도 사정거리” 경고…확전 위기 증폭

"우크라에 극초음속 IRBM 발사"
핵탄두 탑재 가능 '오레시니크'
美국방부 "치명적 신형 미사일"
핵 군비 경쟁 재점화 움직임도
우크라, 26일 나토와 긴급회동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 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방송 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가 핵 교리(독트린) 개정에 이어 핵 탑재가 가능한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확전 기로에 서게 됐다. 서방도 공격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일종의 경고라는 분석과 함께 그동안 미국·러시아 양측이 자제해왔던 장거리 미사일 사용이 해제되면서 국제전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1일(현지 시간) 국영방송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동부 드니프로에 실험용 극초음속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그는 해당 미사일을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오레시니크(Oreshnik·개암)’라고 소개하며 “과거 소련의 극비 로켓 제조 시설을 겨냥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의 미사일 발사 직후 우크라이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쐈다고 발표했지만 미국에 이어 러시아도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의 유형을 IRBM으로 규정하고 있다. 사브리나 싱 미국 국방부 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러시아의 미사일 발사 사실을 확인하고 “이는 실전에 배치된 새로운 형태의 치명적 무력”이라며 “궁극적으로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미사일”이라고 말했다.






이번 공격은 앞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에 대한 탄도미사일 공격에 나선 데 대한 맞대응 차원으로 읽힌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이들 국가의 군사시설을 공격할 수 있으며 이들 국가는 자국의 무기가 이러한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허용했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는 앞서 미국과 영국이 지원한 탄도미사일 에이태큼스와 스톰섀도로 러시아 본토를 연달아 공격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탄도미사일 사용 승인 후 핵 사용 범위를 확대한 핵 교리를 개정한 데 이어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하며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과 맞물려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상황이 급변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특히 핵탄두를 운반할 수 있도록 설계된 ICBM의 사거리는 최대 1만 5000㎞여서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서방도 공격 범위에 포함하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를 주목하며 우크라이나 전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오슬로대의 파비안 호프만 연구원은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공격이 상징하는 것이 오늘은 핵탄두를 탑재하지 않은 채 발사됐다면 내일은 핵탄두가 탑재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이 ‘게임체인저’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확전 가능성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파라 다크랄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대변인은 러시아의 이번 공격과 관련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위협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분쟁의 양상이 바뀌거나 나토 동맹국들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것을 막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는 이달 26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나토와 긴급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러시아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냉전 시절 미국과 옛 소련의 핵 군비 경쟁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러시아가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신무기 실험에 나서면서 냉전 종식 후 잠잠했던 핵 군비 경쟁이 재점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앞서 러시아는 지난해 11월 모든 핵실험을 금지하고 검증 체계를 강화하는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비준을 철회한 데 이어 핵 교리를 개정한 상태다.


러시아의 움직임에 미국도 핵으로 맞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 뒤 핵실험 재개론에 힘이 실릴 가능성도 거론된다. 미국은 최근 러시아·중국·북한이 군사 협력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이들 3개국의 핵 위협을 동시에 억제하는 방향으로 핵무기 운용 지침을 개정한 바 있다. 미 하원 전략태세위원회는 지난해 러시아와 중국이라는 두 개의 동시다발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핵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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