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수 시국선언, 학생 집회로 번질까…긴장하는 경찰

22일 기준 58여개 대학 참여
교수·연구자 3000명 이상
과거에도 시국선언 뒤 대규모 집회
경찰 "내부서도 긴장감 높아져"

14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에 '윤석열 대통령 퇴진 촉구 고려대학교 교수 시국선언' 대자보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대학 교수들의 시국선언이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최근 진보 진영에서도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의 집회를 잇따라 열고 있어, 이러한 분위기가 학생 집회로 번질까 경찰 등 수사기관도 긴장하고 있다.


교육계에 따르면 22일까지 58개 대학 3000명 이상의 대학 교수와 연구자가 시국선언을 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28일 가천대 교수노조로부터 시작된 시국선언은 한국외대, 한양대, 숙명여대, 국민대, 경희대, 고려대, 중앙대 등 서울 소재 대학으로도 퍼졌다.


이후 인천대, 전남대, 충남대, 국립목포대, 아주대, 경북대, 전주대 등 수도권과 지방 소재 대학 소속 교수들도 시국선언에 나섰다. 교수와 연구자들로 구성된 민주평등사회를위한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나 전국비상시국회의 등에서도 윤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달 21일에도 연세대와 동국대, 이화여대 등 대학 3곳의 소속 교수들이 시국선언을 하는 등 최근까지도 이러한 분위기는 이어지고 있다.


교수들의 시국선언이 이어지면서 대학생들이 작성한 대자보도 잇따라 나오기 시작했다. 이달 21일에는 대전·충청 지역 대학생 연합단체가, 이달 14일에는 전남대 학생들이 시국선언에 동참하기도 했다.


현재까지 대학생들의 시국선언은 참여 인원이 교수들에 비해 적지만, 이러한 분위기가 확산한다면 걷잡을 수 없이 사태가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 지난 2016년 박근혜 정부 당시 이화여대와 부산대, 건국대, 한성대를 시작으로 전국 곳곳에서 대학생들의 시국선언이 이뤄진 바 있다. 이어 고등학교와 총동문회, 외국 소재 대학 한인 학생회, 대학원 등 교육계 전체로 확산된 시국선언 분위기가 대규모 집회를 유발한 방아쇠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찰은 대학가 정권 퇴진 운동과 맞물려 최근 진보 진영의 대규모 주말 집회도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 긴장하는 모양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의 1심이 선고된 지 하루 뒤인 이달 16일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주장하는 진보단체의 집회가 이뤄졌다. 여기에 보수단체의 맞불집회가 벌어지며 일부 집회 참가자들끼리 충돌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경찰은 매주 주말 경력을 현장에 배치해 교통정리, 충돌방지, 보행로 확보 등에 나서고 있다. 다만 갈수록 분위기가 험악해지면서 경찰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앞서 이달 9일 민주노총 등이 주최한 윤 대통령 퇴진 집회에서 경찰과 집회 측이 충돌하며 경찰 105명이 부상을 입은 바 있다.


경찰은 헌법상의 권리인 준법 집회를 보장하면서도 시민의 일상을 침해하는 불법 집회에는 엄정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사회 분위기 상 대학가에서 단체 행동이 나올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내부에서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며 “특히 집회가 커질수록 참가자들이 과격행동을 할 때 이를 제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철저한 대응 준비가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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