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성파 중 충성파’로 분류되던 맷 게이츠 미국 법무장관 후보가 21일(현지 시간) 낙마하면서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지명자 등 유사 성 비위 의혹이 불거진 다른 지명자들의 거취가 주목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게이츠 후보의 상원 인준을 위해 직접 전화를 돌리는 등 강하게 밀어붙였음에도 인선이 실패한 상황에서 트럼프와 상원 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날 게이츠 전 의원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법무장관 후보직을 사퇴한다며 “정치권의 실랑이를 오래 끌면서 불필요하게 낭비할 시간이 없다”는 이유를 밝혔다. 미성년자 성 매수와 마약 남용 의혹 등이 불거진 그는 논란이 일자 스스로 물러나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트럼프가 사실상 사퇴를 종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CNN은 이날 “트럼프가 게이츠에게 전화를 걸어 ‘상원에서 인준을 받을 충분한 표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상원의원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지지를 요청했지만 끝내 인준이 어려울 것으로 관측되자 게이츠가 스스로 사퇴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문제는 성 비위 등 부적격 논란이 일고 있는 인사가 게이츠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폭스뉴스 진행자 출신인 헤그세스 국방장관 지명자는 2017년 공화당 행사에서 만난 여성 당원을 성폭행한 후 ‘입막음 돈’을 건넨 의혹을 받고 있다. 또 린다 맥맨 교육부 장관 지명자는 남편 빈스 맥맨과 월드레슬링엔터테인먼트(WWE)를 운영할 당시 10대 링보이들이 WWE 고위 직원들에게 성적 학대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고도 묵인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충성파로 내각을 채우고 있는 트럼프의 인선이 재차 좌절될 경우 당선인의 입지가 시작부터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최악의 인선으로 꼽혔던 게이츠 전 의원의 자진 사퇴로 리스크가 해소됐다는 시각도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게이츠 인선은) 트럼프의 다른 행정부 인선이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결정으로 보이게 한다”고 평가했다. 실제 새 법무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팸 본디 전 플로리다 법무장관에 대해 공화당은 일제히 환영 의사를 나타내며 서둘러 수습하는 모습이었다. 에릭 슈밋 공화당 상원의원은 “그는 놀라운 법무장관이 될 것”이라고 했고 릭 스콧 상원의원도 “우리 국가를 안전하기 하기 위해 본디와 함께 일하는 날을 고대한다”고 말했다. 게이츠 전 의원 역시 “(본디 지명은) 대통령의 뛰어난 선택”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