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스라인]매 맞는 공권력…폭력집회에 경찰 부상자 6년간 '375명'

폭력집회에서 경찰 부상자 6년간 375명
불법폭력집회·시위도 매년 30건 웃돌아
警, 시설진입·도로점거 제지하다가 충돌
"시간·장소 제한하는 조례·법안 개정 必"


헌법이 보장한 집회·시위의 자유는 시민들이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입니다. 다만, 권력을 향한 강한 분노가 표출될 수밖에 없는 집회·시위도 절차와 목적, 진행 과정에서의 평화가 수반돼야 합니다. 집회·시위에 참여하지 않은 또 다른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공공의 안녕을 도모하기 위함입니다.


최근 이어지는 대규모 도심 집회로 인해 많은 시민이 불편을 겪고 있습니다. 시민뿐만 아닙니다. 현장의 질서 유지를 위해 투입되는 일선 경찰관들은 항상 크고 작은 부상의 위험에 노출돼 있습니다.


폭력 집회에 매 맞는 공권력, 그 실태를 서울경제신문이 들여다봤습니다.



매년 발생하는 ‘불법폭력시위’…6년간 경찰 375명 부상


불법폭력집회·시위 개최 현황. 자료=조은희 국민의힘 의원

2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0월 기준 전체 8353건의 집회가 개최됐는데 이 중 27건이 불법폭력집회였다. 최근 5년을 살펴보면 2020년 18건, 2021년 35건, 2022년 38건, 2023년 37건으로 2021년부터 꾸준히 30건이 넘는 불법폭력집회가 발생했다. 올해도 겨울철 대규모 노동계 집회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만큼 불법폭력집회의 수는 30건을 넘길 것으로 예측된다.


경찰은 시설진입, 도로점거, 경력폭행, 업무방해, 투석 등을 불법폭력집회의 세부 유형으로 집계하고 있다.


이 중 실제 경력의 피해가 발생한 ‘경력폭행’은 2019~2024년 10월까지 전체 폭력집회 175건 중 31건으로 전체 16.84%를 차지했다.


이달 9일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개최한 집회에서 105명의 경찰 부상자가 나온 것까지 합하면 6년 동안 총 375명의 경찰이 폭력집회 현장에서 크고 작은 부상을 당한 것으로 파악된다.



‘시설진입·도로점거' 막다가 매 맞는 경찰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이달 1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달 9일 개최된 도심 집회에서 연행된 조합원 전원을 석방할 것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집회 현장에서의 경력 폭행은 다양한 상황에서 발생한다. 특히 신고된 장소나 시간 밖에서 열리는 집회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주최 측과의 충돌이 발생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실제 경찰이 집계한 최근 6년간의 불법폭력집회 통계에서도 ‘시설진입’과 ‘도로점거’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시설진입은 64건으로 전체 34.78%였으며 도로점거는 41건으로 전체 22.28%였다.


이달 9일 대규모 주말집회를 개최한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11명의 참가자가 연행된 것을 두고 경찰의 ‘강경진압’이라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이에 조지호 경찰청장은 이달 11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서 진행된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주최 측이 신고 범위를 이탈해 상당 기간 시정조치를 요구했지만 시정되지 않았다”면서 “강경진압에 동의하기 어렵다. 경찰 105명이 부상을 입었고, 그중에는 골절상과 인대파열 등의 부상을 당한 경찰도 있다”고 말했다.


이달 20일 개최된 전국농민대회에서도 당초 숭례문에서 용산 삼각지역 인근까지 행진이 예정돼 있었지만, 퇴근 시간대 교통 정체로 행진 대열이 원활하게 전진하지 못해 서울역 인근에서 멈추는 일이 발생했다.


이미 신고한 시간이 지난 탓에 경찰은 해산을 요구했지만 이에 일부 집회 참가자들이 맞서면서 대치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다행히 폭행 등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치달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주차장된 도심…서울, 일반차로 버스 통행 ‘18.1km/h’


이달 20일 '전국농민대회 및 윤석열 정권 퇴진 2차 총궐기'에 참가한 민주노총 및 전국농민총연맹 회원들이 서울 숭례문 일대 세종대로에서 본집회를 벌인 뒤 서울역을 지나 용산 방면으로 행진하고 있다. 이들 단체는 이날 본집회 장소인 세종대로를 비롯해 새문안로·통일로·삼일대로 일대에서 사전집회를 벌이는 등 도심이 극심한 교통 혼잡으로 몸살을 앓았다. 오승현 기자

‘2023년 서울특별시 차량통행속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버스의 일반 차로 통행 속도는 18.1km/h로 2013년(20.3km/h) 이후 가장 느렸다. 가로변 버스전용차로 통행속도도 지난해 15.2km/h를 기록하면서 2013년(20.9km/h)에 비해 대폭 감소해 최저치를 경신했다.


차도를 점거한 대규모 집회가 차량 통행을 방해하면서 서울 도심이 ‘주차장’이 됐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른 경제적 손실도 무시할 수 없다. 대표적인 집회 개최 장소인 광화문 일대를 지나는 한 광역버스 업체 관계자는 “시위가 있을 때는 정상적인 배차가 이뤄지기 힘들다”면서 “교통 체증 떄문에 차고지로 차량이 들어오지 않으니 새로운 차량을 내보낼 수 없는데, 이 같은 경우 배차가 빠진 만큼 회사에는 손실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집회·시위는 현장에서의 변수가 너무 많이 존재하기 때문에 법령에 모든 구체적인 사안을 포함해 규제하는 것은 어려운 현실이다”면서도 “다만, 시민들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미국과 같이 집회의 시간과 장소를 제한하는 규정을 마련하는 조례 제정이나 법안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집회·시위가 일상화되면서 시민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5년간 집회시위에관한법률 위반으로 인한 경찰의 검거 건수는 2019년 204건에서 지난해 248건으로 21.56%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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