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력 투입 많은 건물 공사비 상승률, 토목의 2배…"앞으로도 추가 인상 불가피"

■치솟는 건설 공사비
우크라戰 등으로 원자재값 급등 속
3년간 16% 뛴 인건비가 최대 원인
상승률 상위 9곳 중 6곳이 건물공사
유가·환율 상승에 증액 지속 전망


최근 다수의 건설 현장에서 공사 계약 금액이 대폭 증액된 것은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 인건비까지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인건비의 급등세가 계속되면서 노동력이 보다 많이 투입되는 건물 건설의 공사비 증가율이 토목 건설의 두 배가량을 웃돈 것으로 풀이된다.


통상 자재비는 공사 원가의 30% 상당을 차지한다. 이 때문에 자재비 상승은 공사비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시멘트가 대표적이다. 시멘트는 공사비 원가의 5% 이상을 차지하는 레미콘의 주요 재료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시멘트의 톤당 평균 판매 가격은 2022년 3분기 7만 5610원에서 올 3분기 9만 5768원으로 2년간 26.66%나 올랐다. 공사 원가의 46%가량을 차지하는 인건비의 상승도 두드려졌다. 대한건설협회가 발표한 건설업 임금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9월 23만 5815원이었던 시중노임단가는 올 9월 27만 4286원으로 3년간 16.31%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영향으로 전반적인 공사비도 크게 올랐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건설공사비지수는 올 9월 130.45(잠정치·2020년 100 기준)로 3년간 12.92%나 상승했다. 건설공사비지수는 시간 변화에 따라 건설 공사에 투입되는 재료와 노무·장비 등 직접 공사비의 가격 변동을 측정하는 지수다. 박선구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유동성 증가, 환율 급등, 우크라이나 전쟁, 자원 외교주의 등 복합적 요인에 의해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다”며 “2021년 건설중간재 물가지수는 연간 27.3%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1980년대 오일쇼크 때보다 높은 상황으로 자재 가격뿐만 아니라 노임, 장비 임대료까지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원가 상승이 토목 건설보다 건물 건설에 더 큰 영향을 미치면서 건물 건설 공사비의 급등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최근 1년간 게재된 정정공시의 공사 계약 금액 증액률을 살펴본 결과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 2공구’ 등을 제외하면 ‘잠실진주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과 ‘도마·변동6 재정비촉진구역 재개발정비사업’ ‘삼천주공3 재건축 정비사업’ ‘범일3구역 재개발정비사업 주상복합 신축공사’ 등 건물 건설이 상위권에 올랐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물 건설의 경우 토목 건설에 사용되는 자재 외에도 골조나 창호·엘리베이터·조경 등이 적용되기 때문에 더 많은 자재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며 “특히 장비의 역할이 중요한 토목 건설과 달리 건물 건설은 마감 공사 등과 같이 노동력의 투입이 더 많은 만큼 인건비의 상승 영향을 더욱 크게 받았다”고 지적했다.


여전히 불안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도 건물 건설의 공사비 인상을 끌어올렸다. PF업계의 한 관계자는 “토목 건설은 건물 건설과 달리 사용처나 사용자가 확정되는 등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PF 조달 금리도 비교적 낮은 편”이라며 “특히 정부가 발주한 토목 건설의 경우 굳이 PF를 하지 않기 때문에 전체 사업비가 민간 건물 건설 대비 더욱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공사비 인상 추세가 앞으로도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자지구 전쟁으로 인한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유가 변동성이 높아진데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선 성공으로 환율도 널뛰기를 하고 있어 다시 원자재 인플레이션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 나타난 공사비 증액이 과거의 원가 상승을 반영한 것일 뿐 현재의 상승세는 아직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계약 금액은 실제 시장에서의 원가 상승보다 후행해서 변경되기 때문에 최근 계약 금액을 올리고 정정공시까지 이뤄진 사업들은 과거의 상승분을 반영한 것”이라며 “지금 일어나고 있는 원가 상승은 물론 앞으로의 추가 상승에 대해 금액 재조정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체로 시공사는 공사 원가가 상승한 점을 근거로 발주처에 공사비 증액을 요청하는데다 양측이 증액 여부나 증액분을 두고 협상하는 기간도 상당한 만큼 실제 증액이 이뤄지기까지 시차가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공사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건비는 물론 여타 자재비의 상승세가 멈추지 않고 있는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김기룡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공사비지수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은 피용자보수(근로자 관련 항목)의 상방 압력”이라고 지적했다. 김선미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도 “건설 공사비 내 인건비 비중은 절대적인데 인건비는 한번 상승하면 내려오지 않는 등 하방 경직성이 높다”며 “건설원가를 구성하는 여타 요소들의 하방 경직성이 높아 내년에도 높아진 원가와의 싸움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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