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일본군은 전쟁 때 많은 민간인을 죽였다”며 “이 사실을 결코 잊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24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미야자키 감독은 지난 16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막사이사이상’ 시상식에서 대리 수상자로 나선 요다 켄이치 스튜디오 지브리 이사를 통해 이 같은 메시지를 전했다. 막사이사이상은 필리핀의 제7대 대통령이었던 라몬 막사이사이를 기리기 위해 그의 사후인 1957년 제정돼 매년 아시아 지역의 평화와 사회 발전에 기여한 개인이나 단체에 수여되고 있다. 올해는 미야자키 감독을 포함한 4명의 개인과 1개 단체가 상을 받았다.
미야자키 감독은 수상 소감에서 “이번 수상으로 다시 한번 필리핀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며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의 필리핀 점령을 언급했다.
필리핀은 원래 미국의 식민지였으나 태평양전쟁을 계기로 1942년 일본이 점령했다. 전쟁 말기인 1945년 2월 일본군과 미군을 포함한 연합국이 마닐라에서 전투를 벌였는데, 당시 시가전으로 민간인 약 10만 명이 희생됐다. 시가전 외에 미국과 일본의 전투, 미군의 포격, 일본군에 의한 학살 등으로 필리핀에선 총 111만 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야자키 감독은 지난 2016년 당시 일왕 부부가 마닐라를 방문해 태평양전쟁 희생자들을 추모한 일화를 전한 뒤 “일본군은 전쟁 중 끔찍한 일을 많이 했고, 민간인을 죽였다”며 “일본인은 이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는 계속 남아 있는 일”이라며 “이런 역사가 있는 가운데 필리핀으로부터 막사이사이상을 받았다는 것을 엄숙하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2016년 일왕 부부는 마닐라 방문 때 “우리 일본인이 결코 잊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말해 주목 받은 바 있다.
이 같은 수상 소감은 소셜네트워트(SNS) 상에서 확산되며 화제를 모았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막사이사이상 재단 측은 “미야자키의 연설이 더 나은 양국의 미래를 위해 과거 역사와 마주하고 기억하는 중요성을 일깨워줬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