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크 단가를 맞추려면 딸기를 포로 얇게 떠서 올려야 할 듯합니다.”
서울 마포구에서 디저트 카페를 운영하는 A 씨는 최근 동네 마트를 방문했다가 깜짝 놀랐다. 시즌 제품인 딸기 케이크를 만들기 위해 마트를 찾았지만 딸기 1팩(500g)에 2만 5000원이 넘는 가격 탓에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딸기 1팩의 가격은 1만 원대였지만 올해는 약 2배가 비싸졌다. 그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딸기 케이크의 예약 주문을 시작해야 하지만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번 주부터 국내 대형마트 3사를 비롯한 유통시장에서 딸기 판매가 본격화된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막상 지갑을 열기가 쉽지 않다. 제철을 맞은 겨울 딸기가 고온 현상에 작황 부진을 겪으며 가격이 지난해보다 상승했기 때문이다. 발육 상태가 좋지 않기 때문에 출하 시기도 점점 늦어지면서 예년보다 물량도 줄었다.
24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 3사는 이번 주부터 겨울 딸기 판매를 본격화한다. 이들은 올 10월부터 일부 점포에서 겨울 딸기 판매를 시작했지만 이상 고온 현상에 딸기 출하가 지연돼 이달 중순부터 전국 점포로 입점을 시작했다.
겨울 딸기의 초기 물량 부족 사태로 인해 가격은 오름세를 보였다. 서울시 농수산식품유통공사 가락시장에 따르면 이달 23일 기준 ‘딸기 설향(2㎏·특상품)’의 가격은 6만 3973원으로 1년 전(5만 4906원)보다 16.5%가 올랐다. 금실 품종 가격도 8만 1469원에서 11만 288원으로 40.3%가 비싸졌고 장희 품종은 5만 4556원에서 6만 7240원으로 23.2%만큼 올랐다.
딸기 가격이 오른 것은 올 여름 길어진 고온 현상에 물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딸기는 통상적으로 8월 말~9월 초에 심어 90일간 키운 뒤 수확한다. 평년에는 11월 중순부터 겨울 딸기가 본격적으로 출하된다. 그러나 올해는 더위 탓에 딸기 모종을 늦게 심은 농가가 많았고 이에 전국적으로 출하 시기가 10일 이상 늦어지며 물량 부족 현상이 발생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산출한 딸기 출하 면적은 전년보다 1% 줄었다. 전체 딸기 농사의 79%를 담당하는 영남지역에서 출하량이 0.5% 감소했고 그다음으로 비중이 높은 충청지역의 출하량은 0.2%가 쪼그라들었다.
이에 이달 평균 딸기 가격(2㎏·상품)은 6만 6000원으로 추산됐다. 2019년부터 최근 5년간 평균 가격이 4만 4615원임을 감안하면 올해 47.9% 비싸진 셈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고온과 여름철 장마로 출하 시기가 지연돼 출하 면적이 감소하며 출하량이 줄었다”면서도 “이달 말부터 본격적인 수확이 시작되면 가격은 하락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딸기 가격이 비싸진 데다 물가 인플레이션까지 더해지며 덩달아 호텔 딸기 뷔페 가격도 비싸졌다. 롯데호텔서울 ‘페닌슐라 라운지앤바’는 1인당 딸기 뷔페 가격이 지난해 13만 5000원에서 올해 14만 5000원으로 7.4% 올랐다.
또 반얀트리클럽앤스파서울의 ‘그라넘 다이닝 라운지’는 지난해 딸기 뷔페 가격을 인당 9만 5000원에서 올해 10만 5000원으로 인상했다. 다음 달 20일부터 31일까지는 ‘페스티브 시즌’으로 분류해 인당 13만 9000원을 받는다. 서울드래곤시티 더26 ‘딸기스튜디오(5.6%)’, JW메리어트동대문스퀘어서울 ‘더라운지(1.1~1.3%)’ 등도 1년 새 가격이 더 비싸졌다.
호텔 업계 관계자는 “설탕, 밀가루 가격 등 원부자재 가격 인상에 인건비 등이 오르며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며 “올해 가격 인상 폭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메뉴 구성을 맞췄다”고 밝혔다.
한편 유통 채널들은 겨울 딸기를 구매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부담을 덜어주고자 대대적인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 이마트(139480)는 이달 28일까지 ‘설향’ 딸기 1팩(500g)을 1만 7900원에 판매한다. 롯데마트·슈퍼는 28일부터 시작하는 ‘땡큐절 어게인’ 3주차 행사에서, 홈플러스도 같은 날 대규모 연말 할인 행사 ‘홈플대란’에서 딸기 할인 행사를 열 계획이다. SSG닷컴은 28일까지 ‘미식생활’ 브랜드의 금실 딸기와 산청 장희 딸기를 최대 40%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