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가 스웨덴의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인 노스볼트의 파산보호 신청으로 9억 달러(약 1조 2650억 원)에 달하는 손실을 입게 됐다.
23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최근 투자자들에게 서한을 보내 회사가 4개 펀드에 걸쳐 보유 중인 약 8억 9600만 달러 가치의 노스볼트 투자 지분을 올해 말 전액 상각 처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골드만삭스는 노스볼트의 지분 19%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앞서 노스볼트에 투자한 골드만삭스의 펀드 중 하나는 7개월 전 투자자들에게 “(보유 지분이) 투자 금액의 4.29배에 이르는 가치가 있으며 내년까지 6배로 늘어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발표가 이뤄진 지 불과 7개월 만에 정반대의 결과를 얻게 됐다.
2016년 설립된 노스볼트는 ‘유럽 배터리의 희망’으로 불리며 총 150억 달러(약 21조 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하고 BMW 등과 20억 유로 규모의 공급계약을 맺는 등 승승장구해왔다. 하지만 지나치게 공격적인 배터리 공장 확장 계획과 그에 못 미치는 품질·수율 이슈 등이 발목을 잡으며 지난해 12억 달러의 순손실을 내는 등 자금 사정이 악화했다. 그런 가운데 임직원의 잇따른 사망 사고와 BMW와 계약 파기 등의 악재도 이어졌다. 노스볼트는 올 9월 임직원 1600명 해고, 공장 확장 계획 백지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한 후 재무 개선에 속도를 냈지만 결국 이달 21일 미국 텍사스 남부 파산법원에 파산보호(챕터11)를 신청했다. 파산보호를 신청한 날 기준 노스볼트의 부채는 58억 달러(약 8조 원)에 이른다.
골드만삭스는 2019년 독일 자동차 기업 폭스바겐과 함께 노스볼트에 대한 10억 달러 규모의 투자(시리즈B) 라운드를 주도하며 노스볼트가 스웨덴 북부에 첫 기가팩토리를 건설할 수 있도록 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FT는 노스볼트의 지분 21%를 보유한 최대주주 폭스바겐도 골드만삭스와 비슷한 손실을 입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