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빅테크, AI스타트업에 兆단위 투자…MS·구글 출신도 본국 돌아와 창업

■글로벌 인재 흡수하는 중국
오픈AI 필적 '문샷AI' 창업자 등
글로벌 빅테크 경험 수백명 달해
알리바바·바이두 등 탄탄한 지원
실리콘밸리서 현지 인력 채용도


인공지능(AI) 분야에서 미국을 위협하고 있는 중국은 이미 AI 최고급 인재의 산실이 됐음은 물론 글로벌 AI 인재를 흡수하며 세를 불리고 있다. 미국 등지에서 경험을 쌓은 고급 AI 인력이 중국으로 돌아와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 스타트업을 연달아 창업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중국 거대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성장한 텐센트·알리바바 등 ‘빅테크’들이 뒷배가 돼 후진을 양성하는 선순환 구도도 관측된다.



챗GPT가 기사 본문을 바탕으로 생성한 이미지

23일(현지 시간) 외신에 따르면 최근 중국 테크 기업들은 고연봉을 제시하며 AI 인력 영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알리바바·바이트댄스·바이두 등은 실리콘밸리 현지 지사에서 인력 채용을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알리바바가 링크드인에서 미국 내 AI 인력 등을 채용하는 공고를 올렸을 뿐만 아니라 오픈AI를 비롯한 미국 빅테크 엔지니어들에게도 긴밀히 접근하고 있다”며 “실리콘밸리 AI팀을 별도 스타트업을 분사하는 방안 등을 제시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고연봉뿐만 아니라 스톡옵션 등으로 인재 유혹에 나섰다는 뜻이다.


틱톡 운영사 바이트댄스도 최근 강제 매각 논란과 관계없이 AI 인력 확충에 열을 올리고 있다. 중국의 구글로 불리는 바이두 또한 실리콘밸리에서 AI 연구소를 운영 중으로 음성인식과 자율주행 관련 인력 수백 명을 고용했다. 이미 세계 최대 수준 AI 인력을 확보한 중국이 글로벌 AI 인재까지 흡수하고 나선 것이다. 미국 싱크탱크 매크로폴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학부 기준 상위 2% 연구자 출신국은 미국 28%, 중국 26%로 집계됐다. 칭화대와 베이징대는 글로벌 25대 AI 연구기관 순위에서 각각 3위, 6위에 오르기도 했다.


글로벌 빅테크에서 경험을 쌓은 인력들이 중국에서 스타트업 창업에 나서는 사례도 많아졌다. 중국 스타트업 정보 제공 업체 IT주쯔가 중국 내 AI 스타트업 창업가 1400여 명을 추적한 결과 마이크로소프트(MS)·구글 출신이 각각 156명, 104명에 달했다.


최근 오픈AI o1에 필적하는 수학 추론 AI 모델을 내놓아 화제가 된 문샷AI는 페이스북 AI리서치와 구글브레인 출신인 양즈린이 창업했다. 문샷AI는 최근 MS 리서치 아시아 머신러닝 그룹 수석 연구 관리자였던 탄 쉬를 영입했다. 역시 생성형AI 스타트업인 링이완우는 창업자 리카이푸가 구글차이나 사장 출신이다. 링이완우는 오픈AI GPT-4에 필적하는 모델을 내놓은 바 있으며 리 창업자는 최근 “중국과 미국 생성형 AI 격차가 6개월에 불과하다”고 주장해 이목을 끌었다.


틱톡의 뒤를 이어 미국 진출에도 나서는 중이다. 알리바바와 텐센트의 투자를 받은 미니맥스는 아바타 챗봇앱 ‘토키’로 미국 청소년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 센서타워에 따르면 토키는 올 1~8월 세계에서 열두 번째로 많이 다운로드된 AI 앱이었다. 창업 3년 차지만 올해 매출이 7000만 달러(약 1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AI 스타트업의 빠른 성장 뒤에는 중국 빅테크의 탄탄한 지원이 있다. 실제 지난해부터 중국 내에서 탄생한 AI 유니콘 스타트업은 즈푸AI·문샷AI·미니맥스·바이촨즈넝·링이완우 등 5곳에 달한다. 투자사 대부분이 알리바바·텐센트·바이두·샤오미·디디추싱 등 중국 테크 기업이다. 중국 생성형 AI 스타트업 262곳이 올 1~4월 모금한 금액만 143억 위안(약 2조 7600억 원)에 달한다.


중국 정부도 국가 차원 지원에 나서고 있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에 따르면 2015년 11억 4000만 달러(약1조 6000억 원)에 불과했던 중국 정부의 AI 연구개발(R&D) 투자는 지난해 21억 1000만 달러(약 3조 원) 상당으로 2배가량 늘었다. 중국 정부는 2017년 ‘차세대 AI 발전 계획’을 내놓고 2030년까지 AI 이론·기술·응용에서 세계 최상위 수준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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