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닭과 오리 등 가금류 판매 규격을 ‘호’수에서 ‘무게’로 바꾸기로 했다. 현재 가금류는 10호나 18호 등 사전에 정한 기준대로 팔아왔는데 소비자들이 정확한 크기를 알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또 겨울철 계란과 닭고기 값 상승의 주범인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발병 시 책임 여부에 따라 해당 농가 및 계약 업체에도 연대책임을 묻는다.
24일 서울경제신문이 단독 입수한 ‘제3차 축산계열화사업 5개년 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가금류 등 축산물 등급 판정 세부 기준을 2027년 개정한다.
현재 닭과 오리는 한 마리당 451~550g인 5호부터 2951g 이상인 30호까지 총 26가지로 구분된다. 흔히 영계라고 불리는 5·6호는 삼계탕용으로, 7~9호는 튀김·조림용으로, 10~13호는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용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는 내년에 가축전염병예방법을 개정해 하림과 마니커, 농협목우촌 등 가금류 계열화 사업체에 대해서도 AI 방역 관리 책임을 지우기로 했다. 예를 들어 하림과 전속 계약을 맺은 농장에서 방역 관리 소홀로 고병원성 AI 발생 시 농가뿐만 아니라 하림에도 농장 관리를 소홀히 한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현재 계열화 사업체에 5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2~2023 특별방역 대책 기간(2022년 10월~2023년 2월)’ 고병원성 AI 발생 농가 75건 중 43건(57%)이 계열화 사업체에 전속으로 납품하는 농가였다.
이번 정부의 5개년 계획에는 돼지고기 가격 산정 방식 개선 방안도 담겼다. 현재 농가와 도매업체 간 돼지고기 거래 시 주된 기준가격으로 활용되는 것이 경매 가격인데 전체 돼지고기 물량 중 경매 비중이 상반기 기준 3.7%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농식품부의 한 관계자는 “닭·오리의 경우 도매 시 공급 단가를 공개하게 돼 있는데 돼지고기는 그렇지 않다”며 “이를 공개하도록 해 투명성을 높이고 업계 내 표준가격 형성 방식을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토종닭 자조금 설립을 허용하고 동물 복지 축산 직불금 도입도 검토할 방침이다. 20년째 마리당 140원 수준으로 축산 농가에 지급되고 있는 기본사육비를 물가 상승률과 연동해 지급하는 방안도 살피기로 했다. 오리 사육시설 개선 시 지원금을 지급해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국내산 돼지고기가 60% 이상 들어간 경우로 제한된 수출 물류비 지원 기준을 55%로 낮춰 수출을 확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