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연준의장’ 제안했던 스콧 베센트, 트럼프 2기 재무장관 낙점

헤지펀드 키스퀘어 창업자
감세·재정 긴축 선호 ‘매파’
인준시 美 최고 경제사령탑
연준 독립성 이슈 떠오를듯

키스퀘어그룹의 창업자 스콧 베센트가 8월 14일(현지 시간) 노스캐롤라이나주 애슈빌의 한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그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재무장관으로 지명됐다. AP연합뉴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최고 경제사령탑인 재무부 장관 자리에 헤지펀드 ‘키스퀘어그룹’의 창업자 스콧 베센트(62)가 낙점됐다. 의회 인준 절차를 통과하면 미국 국채 금리의 변동부터 달러의 안정성 유지, 러시아 등 적대국에 대한 경제 제재 임무를 맡게 된다. 특히 베센트가 그동안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내비쳤던 점을 고려할 때 앞으로 연준 독립성 이슈의 중심에 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22일(현지 시간) 성명을 내고 “스콧 베센트를 재무부 장관으로 지명한다”며 “그는 오랫동안 미국우선주의의 지지자였고 내가 미국 경제의 새로운 황금기를 열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월가에서 헤지펀드 매니저로 명성을 쌓은 베센트는 2000년대 민주당을 지지했지만 2010년 대 들어 공화당 후보자들의 주요 후원자가 됐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베센트는 트럼프 일가와 수십 년 동안 알고 지냈으며 2020년 사망한 트럼프의 동생 로버트 트럼프와 절친한 사이로 알려졌다.


월가에서 오랜 경력을 쌓은 만큼 전반적인 평가는 긍정적이다. 분야별로는 감세를 지지하고 재정 운용에서 지출을 줄이는 매파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관세정책에 있어서는 시장의 우려를 고려해 정책 추진의 속도 조절을 담당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베센트는 대선 이후 인터뷰에서 “관세를 점진적으로 쌓아 올리는 방안을 제언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연준과의 관계는 월가의 관심사다. 그는 2026년 5월 파월 의장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일찌감치 후임자를 지명하고 의견을 내도록 해 파월 의장의 힘을 빼는 이른바 ‘그림자 연준 의장’ 아이디어를 제시한 인물이다. 베센트는 이후 “더 이상 추진할 가치가 없다”며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지만 연준의 9월 빅컷(0.5%포인트 금리 인하)을 비판하는 등 파월 의장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베센트는 2026년 신규 연준 의장 선임에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스티븐 므누신 전 재무부 장관도 트럼프 당시 대통령에게 파월 의장을 추천한 바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베센트는 앞으로 4년 동안 파월 의장 외에 최소 3명의 이사 선임에 의견을 개진할 것으로 보인다. 크레디사이츠의 거시전략 책임자인 재커리 그리피스는 “베센트가 시장을 이해하는 인물이라는 점은 좋지만 파월의 레임덕을 부추기려 했다는 점에서 우려가 남는다”며 “만약 재무부가 연준과의 관계에서 변칙적인 접근을 시도한다면 시장의 변동성을 촉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수석 부보좌관에 첫 임기 당시 정상회담 등 대북 외교 실무를 담당했던 알렉스 웡을 발탁했다. 트럼프가 북미 정상외교에 여전히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인선이라는 해석이다. 농림부 장관으로 친트럼프 싱크탱크인 미국우선주의연구소(AFPI) 대표 브룩 롤린스를, 노동부 장관에는 히스패닉계 초선 하원의원 출신 로리 차베즈드리머를 지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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