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전국철도노동조합이 파업을 예고하면서 우리나라 공공부문 노사 관계의 구조적인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다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공공 노사 관계는 비정규직 근로자, 기획재정부(정부), 노조, 시민으로 요약되는 네 가지 구조적 난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늘 파업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24일 노동계에 따르면 매 정부 공공 파업이 불거지는 것은 공공부문의 비정규직이 너무 많다는 문제에서 출발한다. 노동계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약 100만 명(지방자치단체 등 포함)으로 추정한다. 비정규직은 임금 등 고용 여건이 정규직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문재인 정부가 정규직화를 하면서 크게 늘린 공무직도 노동계에서는 사실상 비정규직으로 보는 배경이다. 이윤희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5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기관 공무직과 공공기관 무기계약직 임금은 공무원과 일반 정규직 대비 50~60% 수준”이라며 “처우 개선을 하지 않는 정부는 비정규직을 공공부문의 구성원으로 대우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 난제는 공공 노조가 사측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기관 운영권을 쥔 기재부(정부)와 협상하기를 원한다는 점이다. 기재부는 공공기관 인건비 인상률이 담긴 예산운용지침(공공기관운영위원회)을 정하고 예산과 직결된 경영을 평가하는 부처다. 철도노조 관계자도 “공공기관은 총액인건비제도로 인해 노사 자율로 임금을 결정하지 못한다”고 답답해했다. 하지만 기재부의 노사 교섭은 고유 역할이나 공공기관 지형을 볼 때 쉽지 않아 갈등 요인이다. 우리나라 공공기관은 올해 327개에 이른다. 기관마다 특성, 인력, 임금 체계, 노조 요구 사항이 너무 달라 기재부의 일률 협상이 불가능하다.
공공부문의 노조 조직률이 민간보다 훨씬 높다는 점도 공공 파업의 원인으로 꼽힌다. 우리나라 노조 조직률은 10%대 초반인데 공공은 2019년부터 평균 70%선을 유지하고 있다. 2022년을 보면 전체 노조 조직률은 13.1%를 기록한 반면 공공부문 조직률은 5배가 넘는 70%였다. 조합끼리 연대해 문제를 해결하는 산별노조도 공공에서 두드러졌다. 이 때문에 공공 파업이 단일 부문에서 시작하더라도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결과를 낳았다. 현 정부에서는 2022년 공공기관 정원 감축 방침과 고착화된 저임금이 노조의 파업 결정을 자극했다는 지적이다.
마지막 난제는 시민 피해다. 공공 파업은 올해처럼 철도뿐만 아니라 물류(육상 운송), 의료(병원), 교육(학교), 금융(은행) 등 전방위적으로 번지면서 늘 시민과 경제·산업 피해로 이어진다. 정부 입장에서는 서둘러 파업을 마무리하기 위해 늘 두 선택지에서 고민해왔다. 2022년 화물연대본부 총파업처럼 갈등이 심하더라도 강경 입장(업무개시명령)을 취하거나 구조 개선 없이 단기 요구만 수용해 갈등을 일시 봉합하는 처방을 했다는 지적이 많다.
전문가들은 공공 노사 갈등은 파업에 이르기 전 효과적으로 과정 관리하는 게 효율적인 해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지난해와 올해 버스 노조들의 협상을 사전조정으로 도와 파업을 막았다. 공무직 처우 논의체임에도 성과 없이 끝난 공무직위원회의 재가동 문제, 국제노동기구(ILO)가 권고한 공공부문 단체협약의 효력 범위도 과제로 거론된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공기관과 정부 차원의 소통 구조를 만드는 것은 시급하지만 (노조 요구대로) 정부를 교섭 당사자로 만드는 것은 국가 재정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것”이라며 “공공기관에서 일을 한다는 이유로 모두 ‘공무원’으로 봐야할지, 공공기관 내 직무에 맞는 평가 시스템이 있는지도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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