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실세로 부상하면서 머스크가 자신의 사업은 물론 해외 기업들의 미국 내 활동에서도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퍼스트 버디’로 불리며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머스크를 두고 “사업과 정치 사이의 균형이 무너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3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의 CEO 추 쇼우지는 최근 몇 주간 머스크와 지속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았다. 추 CEO는 2기 트럼프 정부의 기술 정책 방향에 대한 의견을 구했으며 틱톡의 모회사인 바이트댄스는 머스크를 미국 정부와의 소통 창구로 활용하기를 기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틱톡은 의회의 강제매각법 처리에 따라 바이트댄스가 내년 1월까지 미국 사업권을 매각하지 않으면 미국 내 사용이 금지된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1기 정부 때 틱톡 금지를 추진했으나 이번 대선 때는 “틱톡을 금지하면 젊은 층이 분노할 것”이라며 입장을 바꿨다. 그러나 틱톡의 사업권 매각과 서비스 금지는 법에 규정된 조치라는 점에서 의회의 협조 없이는 뒤집기 어려운 상황이다. ‘실세 중의 실세’ 머스크에 기대려는 외국 기업의 움직임은 틱톡뿐만이 아니다. 특히 트럼프 취임 시 지금보다 더 강경한 제재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의 경우 기업은 물론 정부 관계자들도 퍼스트 버디에게 내심 기대를 거는 눈치다. 머스크는 대륙에 수십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으며 중국 정부가 “국민의 복지에 진정한 관심을 보인다”고 평가한 바 있다. 이는 트럼프 측근들의 대중(對中) 강경 기조와 상반된 입장이다.
다만 머스크가 기존의 자기 사업을 이어가면서 정부 깊숙이 관여하는 현 상황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는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당선으로) 자본을 통해 거대한 힘을 가진 실리콘밸리 출신 대기업들과 그(트럼프) 사이에 가시적인 동맹이 형성됐다”고 진단했다. 이어 “정부 재정과 긴밀하게 얽혀 있는 머스크를 정부효율부 수장에 임명한 것은 큰 우려 사항이 될 것”이라며 “정치는 강자와 일반 시민 사이의 사회적 균형을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신에 따르면 머스크가 이끄는 기업들은 공공계약을 통해 정부에서 150억 달러(약 21조 원)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트럼프 당선인의 재임 기간에 이 숫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