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당원 게시판에 자신의 가족 명의로 올라온 ‘윤석열 대통령 부부 비방 글’ 논란에 대해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이면서 이를 둘러싼 여권 내홍이 증폭되고 있다. 국민의힘이 최근 관련 게시 글 1068개를 조사해보니 한 대표와 같은 이름으로 쓰인 글은 161개, 한 대표 가족 이름으로 게재된 글은 907개였다. 해당 글 중에는 윤 대통령 부부를 겨냥해 막말성 비난을 하거나 윤 대통령의 탈당을 주장하는 내용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표는 자신의 이름으로 적힌 글에 대해서는 “동명이인의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가족 이름으로 등록된 글들에 대해서는 “위법이 아니라면 제가 건건이 설명해드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자중지란에 빠질 일이 아니다”라며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번 논란은 익명으로 운영돼온 여당 당원 게시판이 전산 오류로 인해 작성자 실명으로 글을 검색할 수 있게 되면서 촉발됐다. 그 와중에 한 대표 및 그의 일가 7명 이름으로 작성된 윤 대통령 부부 비방 글들이 게시판에서 검색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를 두고 친윤계는 ‘여론 조작’ 의혹을 제기하면서 당무 감사를 요구하고 있으나 친한계는 ‘위법’ 여부에 대한 경찰 수사 결과를 기다리자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 부부 비방 글 실체 논란은 한 대표가 아내와 모친·장인·장모 등에게 진위를 물어보면 간단히 해결될 수 있는 일이다. 그럼에도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경찰 수사를 지켜보자는 것은 당원과 국민의 상식에서 볼 때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일을 복잡하게 풀려고 하면 할수록 논란만 더 키울 수 있다. 한 대표는 최근 “지금은 변화와 쇄신을 실천할 마지막 기회”라고 말했다. 또 당정이 국회에서 경제·민생 살리기를 위한 법안·예산안을 처리하는 데 총력을 쏟아도 모자랄 판이다. 당 대표가 자신을 둘러싼 논란으로 당력을 소진해서는 안 된다. 한 대표는 대통령실 등에 요구해온 ‘여권 쇄신’의 잣대를 자신에게도 적용하고 스스로 이번 사안의 진실을 조속히 밝혀야 한다. 그래야 한 대표가 외치는 전면 국정 쇄신과 민생 챙기기 성과도 거둘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