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자동차그룹 회장이 한 달 만에 다시 만나 밀월 관계를 과시했다. 세계 완성차 3위와 1위인 현대차와 도요타는 서로 최대의 경쟁자이지만 미래 산업인 모빌리티 분야에서는 손을 맞잡고 협력 분야를 늘리는 등 합종연횡을 강화하고 있다.
이번엔 정 회장이 도요타 본진 찾아 회동
두 사람 모두 “양사 활발한 교류, 좋은 일”
정 회장은 24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시의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월드랠리챔피언십(WRC)’ 현장에서 도요다 회장과 함께 도요타 가주 레이싱 월드랠리팀 부스를 방문했다. 두 사람은 앞서 10월 27일 경기도 용인시에서 개최된 레이싱 페스티벌에서 공개 회동을 한 바 있으며 채 한 달도 안 돼 또다시 공식 석상에 함께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도요다 회장은 현장을 찾은 취재진에게 “현대차와의 활발한 교류는 한일 양국과 자동차 업계에도 굉장히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수소인프라를 비롯한 양 사의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도 이날 시상식에서 취재진을 만나 “(도요다 회장과 오전에) 수소 얘기를 해서 잘 협력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완성차 업계에서는 한 달 만에 일본으로 날아가 도요다 회장과 재회한 정 회장의 광폭 행보를 두고 양 사의 협력 관계가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두 회사는 지난달 17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협력에 나선다고 발표하며 공식적인 협력을 선언했다.
이어 현대차 자회사인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와 도요타리서치인스티튜트(TRI)의 대규모행동모델(LBM)을 활용해 범용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하기 위한 파트너십도 체결했다. 양손 조작 등이 가능한 아틀라스의 특징을 살려 다양한 작업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LBM을 심화시켜 더 강력하고 민첩한 기술을 습득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두 회사가 만든 휴머노이드 로봇은 미래에 생산 현장에 투입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인프라 공동 투자 통해 산업 선점
업계에서는 두 회사가 수소 분야에서 공동 전선을 구축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수소자동차 기술은 현대차와 도요타가 전 세계에서 가장 앞서 있다. 미래 사회에서는 전기차가 도심과 근거리 주행의 핵심을 이루지만 장거리 운송 등은 수소차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수소충전소 등의 인프라는 어느 한 회사가 구축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다. 현대차와 도요타가 공동으로 수소인프라 투자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도 지난달 31일 수소전기차 콘셉트카 ‘이니시움’을 공개하며 “수소는 도전 과제가 많다”며 “도요타와의 수소 협력은 운송뿐 아니라 전 분야로 확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날 도요다 회장도 현장에서 현대차와의 수소 협력 의지를 밝히면서 두 회사의 수소 분야 협력은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모터스포츠를 계기로 고성능차 분야로 밀월 관계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도요다 회장은 국내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현대차의 N 브랜드가 있듯이 도요타는 GR이라는 고성능 브랜드로 모터스포츠 활동을 하고 있다”며 “서로 기술을 연마하고 노하우를 쌓아 누구라도 소유욕을 느끼는 차량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