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이 반도체와 2차전지, 인공지능(AI) 등 첨단전략산업 전용 기금을 설치해 보조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기업에 대한 산은의 대출한도도 지금보다 두 배가량 늘려 정책자금 지원 규모를 확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최호 KDB 미래전략연구소장은 25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산은 NEXT 100’ 포럼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산업정책과 정책금융의 융합방안’을 발표했다.
최 소장은 정부가 산은을 통해 첨단전략산업에 직접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 소장은 보조금 지급을 위해 일본처럼 별도 기금을 마련할 필요도 있다고 전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특정 반도체 기금’을 조성해 반도체 기업에 보조금과 이자 비용을 폭넓게 지원하고 있다. 이 같은 제언은 미국과 일본·유럽 등 주요 국가 정부가 반도체 분야에 수십조 원의 보조금을 투입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대출 중심의 지원 체계를 고수하고 있어 산업 경쟁력이 갈수록 뒤처질 수 있는 현재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이다. 최 소장은 “주요국은 보조금 중심으로 대규모 시설투자 지원 중이며 저리 대출과 세제 혜택을 포함하는 종합 패키지를 마련하고 있다”며 “첨단전략산업 지원을 정책금융기관의 주요 책무에 적시해야 주요국과 비슷한 수준의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 소장은 산은의 동일 차주 여신규제도 현재보다 최대 두 배가량 늘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동일 차주 여신규제는 특정 기업에 대한 산은의 대출한도를 자기자본의 25%로 제한해 은행의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를 관리하는 제도다. 하지만 투자 수요가 커지면서 대출한도에 다다른 기업이 늘고 있는 만큼 한도 비율을 50% 수준으로 높여야 제대로 된 지원을 할 수 있다는 게 최 소장의 주장이다. 아울러 산은의 지원 역량 강화를 위해 정부의 추가 출자를 통한 자본 확충이나 정부 배당 유보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소장은 “독일의 정책금융기관 KfW는 정부에 배당을 하지 않고 순이익 전부를 유보해 정책금융에 재투자하고 있다”면서 “산은의 내부 유보금이 늘어난다면 현금 출자와 동일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