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립선 결찰술’ 제2 백내장 되나…도 넘은 新의료기술 오남용

[눈먼돈 된 실손보험]
<하> 새 의료기술도 먹잇감
무좀 레이저치료·무릎주사 등
수익성 위해 과잉 진료 다반사
일부 병원은 대리수술 의혹도
'신기술 사용범위 구체화' 지적


A 씨는 손톱과 발톱에 생긴 무좀(진균증)으로 B의원에 갔다. B의원은 먹는 약 치료 없이 곧바로 ‘레이저 손발톱치료술’을 시행했다. 손톱이나 발톱에 레이저를 쪼여 무좀균을 사멸시키는 치료다. 보건복지부가 신의료기술로 인정(고시 제2015-6호)한 새로운 치료법이다. A 씨는 총 177회의 레이저 치료를 받아 실손보험금 약 3000만 원을 청구했다. 보건복지부 고시는 ‘경구 항진균제 복용이 불가능한 경우’에 손발톱치료술을 시행해야 한다. B의원은 “A 씨가 항진균제 복용을 거부한다”며 곧바로 레이저 치료를 했다고 주장했다. 보건 당국은 고시를 위반했다는 이유를 들어 B의원을 행정처분했다.


보건복지부가 국민건강 보호와 의료기술 발전 촉진을 위해 도입한 ‘신의료기술 평가제도’가 실손보험 악용의 새로운 타깃으로 등장했다. 신의료기술로 인정되면 의료기관은 비급여 진료 횟수와 가격을 임의로 정할 수 있는데 이를 악용한 과잉 진료가 심각하다.


자가골수 무릎주사가 대표적이다. 이 치료법은 ‘무릎 골관절염에 대한 골수흡인농축물 관절강내 주사’라는 신의료기술(고시 제2023-128호)이다. 최근 중형 정형외과를 비롯해 한방병원에서까지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치료의 효과는 차치하더라도 실손보험으로 보장받을 수 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과잉 치료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 강서구의 C한방병원은 가정의학과 의사를 고용해 무릎 줄기세포 치료를 시행해 돈벌이에 이용했다. 최근 강서구의 한 중형 정형외과를 찾은 한 환자는 “퇴행성 관절염 진단을 하더니 운동이나 약물 치료는 아예 건너뛰고 곧바로 무릎 줄기세포 치료를 권했다”며 “병원 내부 곳곳에도 이 치료를 안내하는 포스터들이 붙어 있어 이상한 느낌이 들어 다른 병원으로 옮겼다”고 말했다. 무릎 줄기세포 주사 치료는 비용이 비싸다 보니 환자의 실손보험 가입 여부를 확인한 후 아예 입원 치료로 전환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실제 서울 강남의 D병원은 통원 치료로 무릎 주사를 놓다 입원 치료로 변경해 입원 영수증까지 발행한 것이 적발되기도 했다. 통상 실손보험의 통원 한도는 회당 20만 원이지만 입원할 경우 최대 5000만 원이라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자가골수 무릎주사 과잉 진료는 심각한 수준이다. 신의료기술로 인정된 지난해 7월부터 올 10월까지 서울의 3개 병원들이 이 치료로 전국 병원에서 지급된 지급보험금의 22.3%를 타냈다. 3개 병원 중 한 곳은 인공관절 대리수술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의원급도 마찬가지다. 의원급 무릎주사 랭킹 1~3위 의원 환자가 전체의 24.0% 해당하는 보험금을 받았다. 보험 업계 관계자는 “이 병의원들은 ‘주사 공장’으로 불릴 정도로 자가골수 무릎주사 치료를 남발하고 있다”며 “실손보험을 악용하는 곳들이 늘어나면서 신의료기술 제도가 원래 도입 취지와 달리 변질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신의료기술 도입 취지를 살리려면 △사용 대상과 범위 구체화 △유효성 기준 강화 △신속한 도입과 퇴출 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유로리프트’라고 불리는 이식형결철사를 이용한 전립선 결찰술(고시 제2015-73호)’은 고시에 ‘전립선 용적이 100㏄ 미만’이라는 최대 기준만 적시돼 있을 뿐 최저 용적에 대한 기준이 없다. 이 치료법은 전립선 조직을 절제하지 않고 비대해진 전립선을 국소마취한 뒤 이식용 의료용 결찰사로 전립선 양쪽을 묶는 시술법이다. 일부 비뇨기과에서 과잉 진료가 이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이 시술을 하는 산부인과까지 늘어나고 있다. 보험 업계의 한 관계자는 “모호한 고시 내용을 이용해 신의료기술을 오남용하고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아님에도 처방하고 치료하는 경우가 많다”며 “사용 범위 등을 구체화하고 유효성 기준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신속한 퇴출이 오남용을 확연하게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연구조정실장은 “신의료기술에 대한 재평과 결과 고시가 철회되면 임의 비급여 치료가 돼 실손보험금을 안 줘도 된다”며 “유효성 등에 대한 엄격한 재평가는 환자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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