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차기 최고경영자(CEO)인 호세 무뇨스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사장이 전동화 전환 등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한국의 ‘빨리빨리, 미리미리’ 문화로 새 기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 둔화 속에서 친환경 차에 부정적인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까지 앞둔 상황에서 유연한 전동화 전략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중국 전기차 업체의 위협에 대해서는 오랜 기간 개선해온 기술력과 유지·보수 서비스를 앞세워 경쟁 우위를 점한다.
무뇨스 사장은 21일(현지 시간) 2024 로스앤젤레스(LA) 오토쇼가 열린 미국 캘리포니아주 LA컨벤션센터에서 국내 취재진과 만나 “수십 년간 자동차 업계에서 종사했지만 이 정도의 변동은 없었다”며 “현대차의 강점인 ‘빨리빨리, 미리미리’ 정신을 계속 활용해 새 기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무뇨스 사장은 이달 15일 현대차 첫 외국인 CEO로 승진한 이후 이날 처음으로 국내 취재진과 공식 인터뷰를 가졌다.
글로벌 점유율을 확대하는 중국 전기차 제조사를 겨냥한 대응 전략을 직접 언급하며 주목을 받았다. 중국 제조사의 약점인 차량 유지·보수 서비스 분야에서 격차를 벌리겠다는 것이다. 무뇨스 사장은 지난 6년간 미국에서 ‘더 적게, 더 크게, 더 잘(FBB, Fewer·Bigger·Better)’ 전략을 도입해 우수한 딜러를 유치하고 서비스 질을 높이는 데 노력해왔다.
그는 “유지·보수 등에서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며 “고객이 수리적인 문제에 있어 중국 제조사의 대응에 만족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현대차는 최고의 품질과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노력을 배가해야 하는 시기”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예고한 전기차 보조금 폐지 등에 대해서는 유연한 생산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전기차 수요가 줄어드는 시기에는 하이브리드차 등 다른 친환경 차의 생산을 늘리는 방식이다. 10월 가동을 시작한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의 생산 차종을 아이오닉5 등 전기차에서 2026년 하이브리드차로 확대한다.
무뇨스 사장은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으로 자동차 관련 인센티브가 바뀔 수 있고 중국 업체들은 라틴아메리카, 유럽 등으로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며 “전동화 브리지 역할을 하는 모델은 하이브리드차,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수소전기차가 될 수 있고 이 모든 것들은 소프트웨어중심차(SDV)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기회”라고 설명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협력도 확대한다. 무뇨스 사장은 “GM과의 협업은 곧 추가적인 발표가 있을 예정”이라며 “협력 분야는 양사의 생산능력(캐파)을 더 잘 활용하고 전동화 기술을 공유하며 볼륨 효과를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미국 자율주행 업체 웨이모와 로보택시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