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9년 만에 출산율이 반등하게 된 데는 혼외 출생자 급증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청년층 사이에서 전통적 가족관이 흐려지면서 지난해 혼외자 수는 사상 처음으로 1만 명을 넘겼다. 특히 최근 배우 정우성이 모델 문가비 사이에 ‘비혼 친자’를 가진 소식이 전해지면서 혼외 출생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25일 통계청 ‘2023년 출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외 출생자는 1만 900명으로 전체 출생아(23만 명)의 4.7%를 차지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혼외 출생률인 41.5%에 비하면 낮은 축이지만 2018년의 2.2%와 비교해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혼외 출생률은 1981년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뒤 0~2%대에 머물러오다가 2018년 2%대를 넘어선 후 급증세를 지속해 지난해 처음으로 4%대에 진입했다.
‘결혼은 필수가 아니다’라는 인식이 청년층 사이에 확산하면서 혼외자 비중이 급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계청 ‘2024년 사회조사’와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20~29세 응답자 중 42.8%가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답했다. 2014년(30.3%)과 비교해 10년 새 12.5%포인트 증가했다. 성별로 보면 20대 남성의 43.1%, 20대 여성의 42.4%가 결혼하지 않고도 아이를 가질 수 있다고 답해 차이가 별로 없었다. 반면 ‘강한 부정’인 전적으로 반대한다는 응답은 2014년 34.9%에서 올해 22.2%로 줄었다.
주택 시장에서 ‘결혼 페널티’를 피하기 위해 사실혼 관계에 머무르는 부부들이 늘어난 것도 혼외자 급증의 현실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청약·대출 등에서 배우자의 당첨 이력이나 소득 요건 등이 불리하게 작용할 것을 우려해 혼인신고를 미루거나 아예 하지 않는 부부들이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건수 중 결혼 후 1년 내 혼인신고가 이뤄진 비율은 82.23%로 2021년(85.41%), 2022년(84.69%)에 이어 지속 하락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