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는 가죽, 칠곡할매는 시(詩)."
여든이 넘어 한글을 깨친 경북 칠곡할매들이 쓴 시가 내년부터 사용될 중학교 1학년 국어 교과서에 실린다.
경북 칠곡군은 칠곡군 약목면에 거주하는 할머니들 시와 그림이 2025년부터 사용될 ‘2022개정 중학교 1학년 국어 교과서’에 수록된다고 25일 밝혔다. 해당 교과서는 출판사 천재교과서에서 만들었다.
교과서에 실리는 시를 쓴 주인공은 박월선(96), 이원순(87) 할머니와 고인이 된 강금연, 김두선 할머니다. 강금연·김두선 할머니의 '처음 손잡던 날', '도래꽃 마당'과 이원순·박월선 할머니의 '어무이'와 '이뿌고 귀하다'라는 작품이 두면에 걸쳐 실린다.
교과서에는 할머니 시와 그림을 게재하며 “70여 년 동안 이름조차 쓰지 못했던 할머니들은 한글을 배우며 어느덧 삶까지 시로 표현했다”고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들은 한글학교에서 여든이 넘어 한글을 깨친 후 지난 2015년 '시가 뭐고' 시집을 냈다.
이 할머니는 "어린 학생들이 우리 할머니들의 시를 읽으며 부모님께 효도하고 어른들을 공경하길 바란다"며 소감을 전했다.
한편 칠곡군은 2020년 12월께 어르신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성인문해교실'을 통해 처음 한글을 배우고 깨친 할머니들의 글씨를 보존하기 위해 칠곡할매글꼴을 만든 바 있다. 해당 글꼴은 취임 후 첫 새해를 맞은 2023년 윤석열 대통령이 공무원들에게 보낸 연하장에 사용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당시 연하장에는 "76세 늦은 나이에 경북 칠곡군 한글 교실에서 글씨를 배우신 권안자 어르신의 서체로 제작되었습니다"라고 적혔다.
또 칠곡 지천면 신4리에 사는 평균 연령 85세의 여덟 명의 할머니가 모여 지난해 8월 ‘수니와 칠공주’라는 할매래퍼 그룹을 창단하기도 했다. 래퍼 할머니들은 인생의 애환이 담겨있는 직접 쓴 시로 랩 가사를 만들었고 창단 초기부터 전국적인 관심을 받으며 이름이 알려지자 회원 150명이 활동하는 팬클럽까지 결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