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부품 불량률 '0'…콧대 높은 유럽도 뚫어

[행성전자 베트남법인 가보니]
국내 대기업 협력사로 전장부품 주력
2000만대 제품 중 불량품은 3개
무인화 공정으로 생산성 25% 개선
트럼프 재선에 공장 증설도 추진

22일 행성전자 베트남 공장에서 현지 직원이 자동차 부품을 검수하고 있다. 김기혁기자

“베트남 공장에서 지금껏 자동차 2000만대에 들어가는 부품을 만들었는데 불량품이 고작 3개에 불과합니다.”


22일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차로 2시간 걸려 도착한 북부 최대 항만도시 하이퐁에 위치한 행성전자 베트남 법인에선 체계적인 부품 라인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국내 제조 대기업의 주요 협력사인 행성전자 베트남 법인은 해당 대기업의 하이퐁 공장에서 불과 1㎞ 거리에 자리 잡고 있다.


가전·자동차·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산업군에 필요한 부품을 제조하는 행성전자는 자동차 부품을 주력 사업으로 키우고 있다. 베트남 법인에서 제조하는 차 부품은 차량 내 인포테인먼트(IVI) 시스템 구동에 필요한 제품이다. 차량과 인터넷을 연결하는 기술을 구현하기 위한 통신(텔레매틱스) 부품이 대표적이다.


이번에 방문한 차 부품 라인은 불량품을 만들어내지 않는 경쟁력을 자랑한다. 6개 라인으로 구성된 현장에선 산업용 로봇과 베트남 현지 직원들이 적합한 공정별로 배치돼 안정적인 제조 시스템을 구현하고 있었다. 로봇은 부품 내 오디오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검사하는 역할 등을 담당한다. 라인에는 수작업에 의한 결함 발생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자재에 라벨을 자동으로 부착하는 설비 등이 설치될 예정이다. 최수헌 행성전자 베트남법인장 겸 전장사업본부장은 “인공지능(AI)과 스마트팩토리 기술을 적용하는 등 제조 자동화에 힘쓰고 있다”면서 “무인화 공정을 도입한 후 생산성이 25%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최수헌(왼쪽) 행성전자 베트남법인장이 22일 베트남 공장에서 라벨 자동 분류기를 지켜보고 있다. 김기혁기자

부품은 대기업 공장에서 전장 모듈로 조립돼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최종 공급된다. 행성전자 부품이 주로 탑재되는 차량은 유럽 완성차 업체들의 모델이다. 콧대높은 유럽 자동차 업계의 품질 기준을 통과했다는 의미다. 최 법인장은 “유럽 고객사가 매달 라인 점검을 오는데 체계적이면서도 깨끗하게 관리되는 라인 상태에 대해 칭찬하고 돌아간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공급망에서 베트남의 중요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증설도 추진 중이다. 현재 행성전자는 국내와 베트남 외에 중국·멕시코·태국·인도네시아에서 공장을 운영 중이다. 전체 매출에서 베트남이 차지하는 비중은 20% 수준이다. 최 법인장은 “2027년 목표로 하이퐁 부지에 신 공장을 지으려는 계획을 세웠다”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재선으로 인해 증설 계획이 바뀔 수 있다”고 전했다.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산업계는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이 현지 생태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고태연 하이퐁 코참(베트남한인상공인연합회) 회장(희성전자 베트남법인장)은 “트럼프 신정부의 대(對) 중국 관세 정책이 강화될 경우 중국에서 많은 수출 기업들이 빠져 나올 것이기 때문에 대안으로서 베트남의 입지가 더욱 넓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베트남 정부도 예상을 뛰어넘는 투자 유치에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하이퐁시에 따르면 하이퐁의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치 규모가 지난 14일 누적 기준 35억달러(약 4조 8912억 원) 이상으로 당초 연간 목표를 40% 초과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총 FDI 유치액은 47억달러에 달할 것이란 게 당국의 전망이다. 고 회장은 “관세를 강화하는 트럼프 신정부의 정책 기조에 발맞춰 베트남 정부가 미국에서 오는 수입 제품에 대한 관세를 선제적으로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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