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본의 뼈저린 반성 없으면 미래 지향적 한일 관계 어렵다

일본이 주최한 ‘사도광산 희생자 추도식’에 불참한 우리 정부가 25일 사도섬에서 별도의 추도 행사를 열었다. 추도식에는 박철희 주일대사와 유족 9명 등이 참석했다. 사도광산은 일제가 구리 등 전쟁 물자를 확보하기 위해 조선인 1500여 명을 상대로 강제 노동을 시킨 곳이다. 당초 우리 정부와 유족은 일본 주최 추도식에 참석하려다 일본이 극우 인사를 대표로 내세우고 추도사에 징용의 강제성을 인정하거나 반성하는 내용을 담지 않자 불참했다. 일본 대표인 이쿠이나 아키코 외무성 정무관은 전범들을 합사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한 전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도광산 추도식을 둘러싸고 양국 간 신뢰가 깨진 것은 일본 정부 탓이다. 한국의 사도광산 추도식 불참에 대해 이날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이 “유감"이라고 발언한 것도 적반하장식 태도이다. 일본은 올 7월 사도광산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할 때 노동자 추도식 개최와 조선인 노동자 관련 전시 등을 약속했고, 한국은 이를 믿고 찬성표를 던져줬다. 하지만 일본은 조선인 노동자 전시 공간을 광산에서 2㎞ 떨어진 곳에 마련하고 ‘강제 노역’ 표현도 쓰지 않았다.


한일 관계를 복원해 미래 지향적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려면 일본의 진심 어린 반성과 사죄가 있어야 한다. 전임 문재인 정부에서 악화됐던 한일 관계가 역사 문제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통 큰 양보’를 통해 회복되는 계기가 마련됐으므로 이제는 일본이 진정으로 성의를 보여야 할 때다. “물컵의 반은 일본 정부가 곧 채워 화답할 것”이라는 우리 정부의 요구를 더 이상 외면하면 안 된다. 특히 신냉전 속에서 한미일 경제·안보 협력 강화가 필요한 시점인 데다 내년에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를 맞게 되므로 일본은 식민 지배 정당화 등 선을 넘는 모든 언행을 삼가고 뼈저리게 반성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일본이 강제징용, 강제 종군 위안부를 계속 부인하면 건전한 한일 관계를 기대할 수 없다. 우리 정부도 ‘일본에 뒤통수를 맞은 무능 외교’라는 비판을 듣지 않도록 일본의 선의에만 기대지 말고 치밀한 전략으로 정교한 외교를 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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